한국 교회의 복음화 여정에서 생태 비전이 갖는 의의

- 한국 천주교회 사목 패러다임의 변화와 ‘생태 웰빙’ 사목의 관점에서 -

                                                          차동엽(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서언            1. 한국천주교회 사목 패러다임의 변화             1) 평신도 사도직 패러다임(1784-1831년)            2) 교계제도화 패러다임(1831-1886년)            3) 개화 패러다임(1886-1905년)            4)정교분리 패러다임(1905-1945년)            5) 구호활동 패러다임(1945-1960년)            6) 정의구현 패러다임(1960-1989년)            2. 종교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의 요청             1) 시대에 따른 종교 환경의 변화            2) 시대 변화에 따른 종교 심성의 변화            3) 21세기 사람들이 신앙을 찾는 동기            4)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의 모색을 위한 성찰              5) 요청받는 사목 패러다임             3. 넓은 의미의 ‘생태 웰빙’을 이해하기 위하여              결어

서언

  한국천주교회는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의 중심부에서 참으로 파란만장한 역정을 밟아왔다. 때로는 격동하는 사회 변화의 중심에서, 때로는 소위 그 야권(野圈)에서, 한국사회의 근대역사(문호개방, 일제탄압, 해방이후 남북분단 및 그로인한 이념간 갈등, 그리고 그 이후의 근대화 과정)와 운명을 같이해 왔다. 즉 이들은 한국 전쟁의 참화와 절대빈곤의 탈출이라는 생존의 차원에서 절박하게 추진된 경제발전 일변도의 근대화과정 안에서 때로는 개화와 진보의 선봉장, 때로는 민족의 아픔과 슬픔을 대변하는 사제, 때로는 민주와 정의를 외치는 예언자로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천주교회의 사목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거쳐 왔음에 비할 때, 상대적으로 다양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어왔다. 그리고 이제 21세기 초입을 지나면서 한국천주교회의 사목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청받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20세기 말에 비할 때 새로운 사목 상황(pastoral situation)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대의 징표를 읽고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오늘의 한국천주교회에 해당하는 말씀이라고 볼 수 있다.

  “아침에는 ‘하늘이 붉고 흐린 것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궂겠구나’한다. 이렇게 하늘을 보고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왜 시대의 징조는 분별하지 못하느냐?”(마태 16,3).

  ‘새로운’ 시대는 교회에게 ‘새로운’ 생존방식과 사명을 요청한다. 이는 역사를 섭리하시며 ‘시대의 징표’를 통해 당신의 뜻을 계시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4항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세대를 통하여 그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그것을 해명해 줄 의무가 있다.”

  <한국천주교회 사목 패러다임의 변화와 생태사목>이라는 본 소고(小考)는 이러한 의무를 수행하려는 작은 몸짓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작업에 합리성을 꾀하기 위하여 먼저 한국천주교회 사목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별한 후, 21세기 종교 환경의 추이를 살펴 본 다음, 사목 패러다임의 미래전망을 꾀하는 가운데 ‘생태 웰빙’ 사목의 의의에 대하여 논하게 될 것이다.

1. 한국천주교회 사목 패러다임의 변화

  1) 평신도 사도직 패러다임(1784-1831년)

  한국 천주교회 사목 패러다임의 초석은 세계 교회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신앙 수용 패러다임이다. 서양문물과 더불어 도입된 서학서적을 접한 남인계 유학자들은 그 유명한 천진암 강학회를 통하여 천주 신앙 연구에 돌입하게 된다. 이는 곧 북경에서의 이승훈의 영세 및 한국 천주교회 창립으로 이어진다.

  평신도에 의한 교리연구 및 신앙도입의 노력은 사회저변층에 확산되어 교회 창설 10년 만에 4,000명을 헤아리는 평신도 교회로 발전할 수 있었다.

  평신도 사도직 패러다임의 시기는 아직 성직자가 영입되지 못한 상태에서 평신도 지도자들의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돋보인 시기였다. 이 시기에 많은 박해 속에서도 순교와 끊임없는 전교활동으로 교세는 날로 증가하게 되었다.

  2) 교계제도화 패러다임(1831-1886년)

  이제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성직자 영입으로 인하여 차츰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또한 이 시기부터 성직자 중심의 교회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1831년 9월 9일 한국 천주교회는 북경 주교 관할 사목 지역에서 벗어나 독립 교구가 됨으로써 사목상 독립된 지역으로 분리되었고, 전교 책임이 파리외방전교회에 위임되었다. 이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인 주교의 재치권 아래 한국 교회가 놓이게 된다. 그리고 모방 신부가 외방 전교회 소속 전교 신부로는 최초로 조선에 부임할 수 있었다. 2년 후인 1838년 초, 제2대 교구장인 앵베르 주교가 서울에 도착하여 사목권을 행사하게 되니, 이로써 한국 교회는 주교․신부․평신도를 가진 교계적 교회로의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이로부터 1942년 말 노기남 주교가 서울 교구장에 서임되기까지 100년 이상, 파리외방전교회를 위시하여 성분도수도회, 골롬반수도회, 메리놀외방전교회 등 외국인 성직자들이 활동하는 교회로, 이방인들이 사목 책임을 지니는 전교 사목 교회로의 역사를 거치게 된다.

  이 시기 동안 평신도들은 성직자의 권위를 존중하고 지시에 순종하는 순명의 미덕을 간직한 평신도의 자세를 굳혔고, 전교 활동과 천주 사업의 철저한 동반자로 활동하는 평신도 지도자를 낳게 하였다. 반면에 한국 교회의 초기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자세와 주인 의식은 점차 쇠약 후퇴하게 되었으며, 합리적․행동적 신앙 자세에서 신비적․구령적인 신앙 자세로 점차 굳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선 왕국이 외세의 강요로 개항의 새 역사를 맞으며 외국인들에게 치외법권적 특권을 부여하게 되자, 이른바 양대인으로서의 외국인 성직자의 큰 그림자 뒤에 안주하여 순명이 순종으로 퇴화하고, 의뢰적이고 퇴영적이며 소극적인 신앙 자세로 오므라드는 평신도로 변화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개화 패러다임(1886-1905년)

  1885년을 전후하여 일본을 비롯한 서양 각국과 수호 통상 조약을 체결로 문호를 개방한 시기로부터 1905년 일본이 강제로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던 해까지 20년간이 이 시기에 속한다.

  1886년 전교 자유의 획득과 더불어 우리 교회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한불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프랑스인 파리외방전교회 성직자들은 ‘호조’(護照)라는 증명서를 발행받아 내륙지방으로 여행할 수 있었고, ‘교회’(敎誨)라는 문자로 표현된 조약문에 따라 자유로이 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치외법권의 특혜를 받아 우리 국가의 법적 제재 밖의 존재로 활동하였으며, 이른바 ‘양대인’(洋大人)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에서도 헌신적이 사명의식에 넘치는 성직자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교세는 날로 번성해 갔으며, 전국적으로 그들의 활동이 침투되고 또한 각종 양로원, 고아원 등 사회사업이 활동을 보게 되어 조선 사회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 사랑과 평등, 자유와 해방이라는 천주교 교리와 선진 문물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나 무엇보다도 교회가 병들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바른 신앙의 길로 인도하고, 또 그들이 신앙을 생활화 하여 모든 이의 귀감이 된 것이 신자 증가에 큰 역할을 하였다.

  수치로 보면 1885년 신자수 1만 3,623명이 20년 뒤인 1905년에는 6만 4,070명으로 늘어나 약 4.7배수가 증가하였으며, 전낸 대비 연평균 증가율은 8.8%였다.

  4) 정교분리 패러다임(1905-1945년)

  1910년 한민족은 일제의 노예적인 식민 생활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제 성직자들은 식민지 통치 기관의 제한하에서 전교 활동을 하게 되었다. 엄격한 군기(軍紀)를 앞세우고 조작된 황국사관(皇國史觀)에서, 일본 신도(神道)에 예배를 강요하는 강권 정치 아래에서, 당시 우리 국내에서 전교 활동을 하던 각 전교 단체의 선교사들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 활동하여야 했다. 

  이 시기 서양선교사들은 정교 분리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함으로써 평신도들을 내세 지향적이고 신심적인 방향으로 인도하는 가운데, 일제의 학정에서 민족을 수호하고 광복을 되찾으려는 아픔과 같이 하지 못한 유감을 남기게 되었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들은 1909년 합병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을 비롯하여 각처에서 의병 활동을 전개하고 1919년 3․1독립 운동, 1926년 6․10만세 운동, 1929년 광주 학생 운동 등 약탈당한 나라를 되찾기 위한 운동이 나라 안팎에서 계속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있던 선교사들은 정교분리(政敎分離)를 내세워 백성들의 울분을 외면하고 오히려 일본에 동조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땅의 백성들은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이 말살되는 현실에서 교회마저 사회 정의를 주장하거나 실현하지 않는 것에 몹시 실망하였다. 이렇듯 교회의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한 것이 교회의 성장을 가로막은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1900～1904년의 연평균 신자 증가율을 보면 천주교 10.19%, 장로교 14.95%, 감리교 12.58%이고, 1905～1909년의 연평균 신자 증가율은 천주교 2.24%, 장로교 43.77%, 감리교 49.75%였다.

  종합하건대, 을사보호조약 이후 세례자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여 일본이 연합국에 패망할 때까지 교세성장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였다. 이 기간의 신자 증가율을 전년 대비 평균 2.8%에 머물렀다.

  5) 구호활동 패러다임(1945-1960년)

  한국천주교회는 해방직후 한국사회는 좌익과 우익의 대립이 심화되어 갔다. 성직자들은 로마카톨릭교회의 입장에 따라 반공산주의 선서를 해야 했고 한국 천주교회 역시 반공산주의 운동을 전개 했다. 1948년 북한 정부가 수립되면서 공산당은 정치적인 이유로 모든 종교 활동에 탄압을 가하기 시작하였다¹⁾. 그러다가 1950년 남북전쟁이 발발하면서 남한 교회는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²⁾. 전쟁 이후 남한 교회는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권에 근거하여 순조롭게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지만 북한에서는 종교에 대한 규제 정책이 침묵을 강요했으며 탄압이 가해졌다.

  6․25 한국 전쟁 후 한국천주교회는 많은 복지․구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교육과 병원 등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 기간은 1인 장기 집권과 부정부패로 인한 국민이 불만을 팽배하고, 한편으로는 한국 전쟁으로 가족과 집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이때 교회는 전후 복구 사업과 교육․구호․의료․전쟁고아의 수용 등 사회 복지 사업에 참여하여 혜시(惠施)의 손길을 뻗침으로써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 결과 1953년 16만 6,471명이였던 신자가 7년 뒤인 1960년에는 45만 1,808명으로 2.7배에 달했다. 연평균 15.4%의 증가세를 유지했던 것이다. 이 시기의 신자 증가는 현실에 대한 허무와 절망을 교회에서 위안을 받고 희망을 얻고자 한 데서 기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한편, 이시기는 방인사제가 급격히 증가한 시기이기도 하다³⁾. 방인사제의 증가는 한국사회 안에서 한국천주교회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는 바로 그 다음에 이어지는 정의구현 패러다임의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6) 정의구현 패러다임(1960-1989년)

  1972년 박정희 군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자 천주교회에서는 이에 도전하는 사건들이 발생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의 메시지를 비롯하여 지학순 주교와 정의 구현 사제단의 활동이 시작되고, 전국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주일 미사에서 인권 탄압을 고발하는 강론이 매주일 있었다. 이에 당국은 지학순 주교의 체포를 비롯하여 1978년 전주에서 경찰의 성당 난입과 신부와 수녀를 폭행, 안동 가톨릭 농민회의 오원춘 사건 등 천주교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천주교회의 정의 구현에 대한 활동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천주교에 대한 기대도 가지지 않았다. 정부의 경제 성장 위주 정책이 실효를 거둠으로써 절대 빈곤과 절망에서 벗어나 물질적인 풍요를 얻고 황금만이 인생의 희망이요 믿음이 된 현실에서,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관심 밖이었으므로 교회 성장은 침체할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례자의 절대수와 비율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1950년대에 10%를 상회하던 신자 대 세례자 비율이 1970년대 후반기에는 4%선까지 하강하였으나, 1980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세례자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의 길목에서 신군부 세력이 등장함으로써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열망이 좌절된 이 시기에 교회는 정의 구현을 위해 국민의 가슴에 맺힌 한을 대변함으로써 정부와 마찰을 빚게 되나 백성들은 이에 크게 고무되었다. 한편 1981년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행사와 1984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 행사 등도 세례자 증가에 한몫을 하였다. 1981년에는 세례자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 선을 넘어서고 신자 대비 세례자 비율도 연평균 7.6%를 기록하였다.

  1979년 신자수 124만 6,268명이 10년 뒤인 1989년에는 261만 3,267명으로 2배수 이상 증가 하였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0년대에 활기를 찾는 듯하였으나, 1990년부터 세례자가 점차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 1997년에는 3.84%를 기록하였다. 이 비율은 한국 천주교회의 통계가 만들어진 후 가장 저조한 세례자 비율이다.

2. 종교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의 요청

  1) 시대에 따른 종교 환경의 변화

  앨빈 토플러는 유목민이 정착하여 농경을 하게 된 시기를 ‘제1의 물결’이라 하고, 산업혁명에 따라 시장경제를 전제로 한 사회가 성립된 시기를 ‘제2의 물결’이라 하며,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를 ‘제3의 물결’이라 하였다. 여기서 한 시대가 다른 시대로 넘어가면서 종교 환경이 뚜렷하게 바뀌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첫째, ‘제 1의 물결’에서 ‘제 2의 물결’로 전환되면서, 곧  농업 사회의 양상을 띤 전통 사회에서 산업 사회의 양상을 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신중심의 세계관’은 ‘인간중심의 세계관’으로 바뀌었다. 농업 사회에서는 우주 자연이 성스러운 신비의 영역이었으며, 초월적이고 내세적인 삶이 중요시되었고, 운명론적이거나 예정론적인 역사관이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이 ‘신중심의 세계관’이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자연의 신비가 무너지고 ‘인간중심의 세계관’이 성행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세속화’(secularization)와 함께 종교가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제한되는 종교의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를 촉진하였다.

  둘째,  '인간중심의 세계관‘은 ‘제 2의 물결’에서 ‘제 3의 물결’로 넘어가면서, 곧 산업 사회를 벗어나 점차 정보화와 세계화로 특징되는 탈현대사회(post-modern society)로 접어들면서 다시 ‘자연중심의 세계관’으로 전환되었다. 산업혁명이후 지배의 대상이었던 자연이 더 이상 인간의 정복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그와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의존해야할 존재로 재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연은 모든 것의 중심이며, 우주의 운행이나 역사의 진행 역시 모든 자연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순환의 과정을 따른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갔다. 이제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전통 사회에서 신을 훼손하는 것이나 현대 사회에서 인권을 침범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수반하였다.

  자연주의적인 사상이 종교에 전파되면서 성전, 의식, 신자 공동체 등의 요소를 갖추지 않은 채 형식에 매이지 않고 수행이나 구도 생활을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종교’(the invisible religion)가 성행하게 된다. 이는 종교다원주의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기성종교의 반발은 근본주의 내지 원리주의를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추세와 병행하여 종교의 사사화가 계속 진행되는 한편, 앞선 세대에 심하게 나타났던 ‘세속화’가 선회하여 역으로 ‘탈세속화’(desecularization)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를 쉽게 풀어서 말하면 이렇다.

  첫째, ‘탈세속화’ 현상으로 사람들이 영성과 종교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어 종교 환경에서 앞선 세대에 켜졌던 ‘빨간 불’이 꺼지고 다시 ‘파란 불’이 켜졌다.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둘째, ‘자연 중심의 세계관’이 팽배하게 되면서 그리스도와 같은 계시종교 보다는 힌두교, 불교, 도교 등의 자연종교 및 이런 성향의 유사종교에 더 큰 호감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종교의 ‘사사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공동체와 규범을 강조하는 전통 기성종교 보다는 부담감이 덜한 ‘보이지 않는 종교’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2) 시대 변화에 따른 종교 심성의 변화

  시대의 변화상을 복음의 빛으로 조명하면 다음과 같은 마인드(의식, 사고 및 생활방식)의 변화에 주목하게 된다. 

  - 수천 년간 지속되었던 ‘제 1의 물결’(정착농업의 시대)은 ‘노동자’(laborer)의 시대로서 사람들의 의식이 단순, 소박, 순리적이었다.

  - 약 300년간 지속되었던 ‘제 2의 물결’(산업사회의 시대)은 ‘작업자’(worker)의 시대로서 반복, 전문화(분업화), 능률화된 작업을 위해 사람들에게 순종적이고 기계적인 마인드를 요청하였다. 사람들(곧 소비자)은 착취와 마케팅의 ‘대상’ 취급을 받았고, 여전히 피동적인 사고 및 생활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제 3의 물결’(정보화 시대)은 ‘놀이삼아 일하는 자’(player)의 시대로서 사람들에게 자유시간제, 재택근무, 할당제, 잦은 변화에 적응력 있는 마인드를 요청하고 있다. 사람들(곧 소비자)은 서비스의 ‘손님’ 취급을 받았고, 강한 책임감, 유연성, 창의력, 조화능력 지향의 가치가 선호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21세기 종교인들의 의식구조를 읽을 수 있다. 종래에 시키는 대로 순종하기만 했던 ‘노동자’와 ‘작업자’의 마인드에는 지금까지의 사목구조가 잘 통하였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의 ‘놀이삼아 일하는 자’는 기존의 사목구조를 답답해 할 수밖에 없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에는 교회의 사도직 수행에 있어서 그 주체나 대상이 능동적이고 창의적이며 독립적인 ‘놀이삼아 일하는 자’의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놀이삼아 일하는 자’는 동기부여와 신바람만 불어 넣어주면 알아서 책임 있게 잘한다. 그러나 그들을 지시와 통제 등 종래의 방법을 쓰면 그들은 반발하고 물러선다. 아예 떠나버리기 십상이다.  

  3) 21세기 사람들이 신앙을 찾는 동기

  신앙인들의 기본 심성 못지않게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신앙생활의 동기 내지 목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제 2의 물결과 제 3의 물결 중반기까지 현대인은 현세 구복과 물질을 위해 종교생활을 한 측면이 많다. 이때는 저마다 경제적인 성공이나 성취를 지향하며 모든 것을 쏟으며 살았다. 성공, 재산, 출세, 사회적 지위 등이 삶의 목표였다. 이 시기 사람들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종교 또는 신앙의 힘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종교에 입문하거나 기존의 신앙생활을 영위하였다.   

  그러나 물질의 풍요와 성공을 추구해온 현대인들은 이것들에서 만족과 행복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타락과 고갈을 체험했다.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 증상, 즉 이기적 개인주의와 집단적 이기주의, 인간의 존엄성 실추, 그리고 환경 파괴 등 이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이 물질의 추구로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조장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하던 행복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상처투성이인 채 정신적 공허에 시달리며 갈증만 더 심해갔다.

  이런 이유로 21세기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동기에서 종교를 찾는다.

  첫째로 내적 평안을 위해 종교를 찾는다. 승전보를 기약하며 도도하게 전쟁터에 나갔던 용사들이 저마다들의 상처들을 안고 지친 영육(靈肉)을 질질 끌면서 치유와 안식, 심기일전과 재충전을 꿈꾸며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 그 모습이 바로 신앙생활에 기대어 보려고 교회를 찾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현대 종교인이 갈급하고 있는 것은 현세적인 축복이나 내세의 구원이 아니고 깊은 영성적 체험에서 오는 평안이다. 허무한 삶 속에서 느끼는 불안, 갈등, 위기감, 정체성의 실종 등을 일소하는 것이 우선적인 욕구이다. 하느님과의 일치를 통해서 위로와 평화를 누리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1999년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종교를 믿는 이유가 마음의 평안(66.8%), 영원한 삶(12%), 현세축복(12%), 삶의 의미(6.9%) 순으로 나타났고, 80%의 한국인이 불교, 천주교, 기독교의 교리는 결국 같거나 비슷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교파, 교리, 진리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음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면 굳이 특정종교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무엇이건 마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둘째로 현대인들은 너무 고독해서 교회를 찾는다. 마음 터놓고 진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을 찾아 종교를 기웃거린다. 삶이 분주하고 만남이 요란할수록 점점 고독의 늪은 깊어만 가는 것이 현대인의 실상이다. 그래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실존적인 고독을 벗어나고자 소속감, 아늑함, 형제 자매적 유대를 얻을 수 있는 일차 집단(primary group)을 찾아 교회의 문을 두드린다. 이를 우리는 ‘유랑하는 종교심’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인은 저마다 누군가의 가슴에 닻을 내리고 푹 안기고 싶은 ‘유랑하는 종교심’을 지니고 있다.

  일찍이 키에르케고르는 사람이 현실에 대한 권태와 불안 때문에 ‘심미적’인 삶에서 ‘도덕적’인 삶으로 도약하고, ‘도덕적’인 삶에서 ‘종교적’인 삶에로 도약한다고 말했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의 말이 맞음을 확인하게 된다(자세한 것은 졸저 「가톨릭 신자는 무엇을 믿는가?」 참조할 것). 그런데 주목할 것은 21세기에는 이런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월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곧 중간의  ‘도덕적’인 삶의 단계를 거치지 않거나 무시하고 직접 ‘종교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영성의 추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의 모색을 위한 성찰 

  일반적으로 한 사회 안에서 종교에 부과되는 기대들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상류 지배 계층의 기득권에서는 종교에 대해 통합적-인준적 기능을 기대하며, 하류나 소외 계층은 종교에 대해 비판적-저항적-해방적 역할을 요구한다. 여기서 전자는 종교를 ‘도구적’으로 개념화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후자는 종교를 ‘본질적’으로 개념화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과거 한국의 기성 종교들은 ‘도구적’인 관점에서 취급되었다. 즉, 종교 존속의 주목적이 인간 한계 체험의 극복, 인간 현실의 합리화 및 보조라는 유용성의 관점에서 설정되었다. 이는 고려시대의 호국 불교와 조선시대 통치 이념이었던 유교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한국 전통종교에서는 사회의 통합과 기존 지배구조의 승인, 민심의 안정 등 종교의 기능적 역할에만 기대를 모으는 경향이 아주 분명하였던 것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생겨난 몇몇 민족종교들은 이런 경향이 초래한 폐단에 대한 저항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현대 민중 운동의 모태가 된 동학이다.

  뒤늦게 한국 땅을 밟은 그리스도교는 그 스스로를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종교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절대자의 부르심에서 자기 역할규정을 찾기 때문에 기존의 전통종교가 가져왔던 통합 및 합법화, 안정화 기능을 넘어서서 비판적-저항적-해방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회 안에서의 그리스도교의 역할은 크게 개신교, 민중교회 그리고 가톨릭교회로 구분해서 고찰할 수 있다.

  우선 1960년대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취하거나 친정부 노선을 취하면서 현대인의 개별적인 소망과 상처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에 중점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신앙심 강화를 통해 신자들의 소망이 성취되고, 상처가 치유되는 체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사목적 강조점을 두었다. 순복음교회가 이룩한 경이적인 교세 확장은 바로 이런 사목 전략의 결실이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대 한국 사회와 창조적인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신자수가 모두 합쳐 10000명을 넘지 못하는 민중교회들은 사회 모순 타파에 역점을 두어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의 해방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투신을 강조해 왔다. 초기에 이들은 고통 받는 민중들의 삶 속에서 예수의 모습을 찾아내어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려 노력했고, 그 후 영세민 감소, 군사 정권 퇴진 등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문화 운동, 통일 운동 및 환경 보존 운동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로써 민중 교회는 신자 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기성 교회에 대해 하나의 도전으로 비춰졌다.

  마지막으로 가톨릭교회는 특히 1970년대부터 기성 사회에 대해서 비판 및 저항의 기능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담당해 왔다고 보인다. 이 결과 영세자 수가 증가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1983년도 행해진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가톨릭교회에 호감을 갖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사회 위기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주는 종교이기 때문에”가 38.4%의 응답률을 보였고 “참 종교이기 때문에”가 36.2%의 응답률을 보였는데⁴⁾, 이 점으로 보아도 가톨릭교회가 한국 사회에 대해서 행한 역할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5) 요청받는 사목 패러다임

  위에서 성찰한 바를 종합하건대, 한국천주교회는 ‘도구적’ 의미에서건 ‘본질적’ 의미에서건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을 요청받고 있다. 그 사목 패러다임에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인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환경-생태 친화적인 사목이 되어야 한다.

  둘째, 종교의 사사화 및 익명화 욕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공동체성을 제고하는 사목이 되어야 한다.

  셋째, 재미, 동기부여, 신바람, 참여 등이 담보된 사목이 되어야 한다.

  넷째, 현대인의 영성적 욕구(위로, 치유, 평화, 행복)를 충족시키려는 서비스 정신이 충일한 사목이 되어야 한다. 

  이 네 가지를 종합하여 필자는 미래 사목 패러다임을 ‘생태 웰빙 사목’이라 부를 수 있다.

3. 넓은 의미의 ‘생태 웰빙’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생태 웰빙의 의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생태 웰빙은 모든 살아 숨쉬는 것들의 공생, 평화, 그리고 안위를 지향한다. 이를 우리는 자연의 영역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인 영역과 문화적인 영역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자연적인 영역에서의 생태 웰빙은 뜻 그대로 생태환경의 최적화를 지향한다. 사회적인 영역에서 생태 웰빙은 사회정의를 지향한다. 문화적인 영역에서 생태 웰빙은 문화간 대화와 연대를 지향한다.

  요즈음 도처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자연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몸살을 앓는 자연은 그 후유증으로 전대미문의 홍수, 해일, 지진 등을 동반하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사회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노숙자들, 실직자들, 성격파탄자들, 절망 속에서 마지막 탈출구로 죽음의 길을 찾는 이들, 착취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탈북자들 등등 울부짖는 이들의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영적 목마름의 탄식 또한 애절하다. 신자건 비신자건 평화를 갈구하고 하느님 체험을 목말라하면서 엉뚱한 곳을 헤맨다.

  그리고 문화의 영역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오락, 게임 등으로 패가망신한 이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게임 상품권 비리로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인테넷 문화가 청소년들을 중독에 빠트려 신음하게 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음, 기쁜 소식, Good News 이다. 딱딱한 교리, 읽지 않는 성경책이 아니라 만능 해결사 예수 그리스도이다. 교회는 때로는 해방자(루가4,16-21)로서, 때로는 치유자(마르1,40-42)로서, 때로는 착한목자(요한10,1-6. 10-16)로서 예수님의 사목을 계승하고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해방자, 치유자, 착한목자, 선생님(그루, 랍비), 회장님(고용주)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태웰빙 사목을 구현함에 있어서 우리는 교황 바오로 6세가 1974년 <현대의 복음선교>에서 표명한 통전적인 전망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로서는 복음 선교[복음화]의 기쁜 소식을 모든 계층에까지 전해주어,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 ; 2고린 5,17)라고 한 것과 같이 그 힘으로 인류를 내부로부터 변혁시켜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로서 복음 선교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다 넓은 지역에서 혹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하는 것만이 아니고,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방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逆戰)시키고 바로잡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18-19항).

  이 문장 속에서 우리는 복음의 ‘기능적’ 의미와 ‘본래적’ 의미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결어

  결어를 대신하여 필자는 교회의 미래 진로를 안내해줄 등대로서 공의회 문헌과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고자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천명한다.

“교회는 결코 현세적 야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교회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 곧 성령의 인도로 바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셨으며, 심판하시기보다는 구원하시고 섬김을 받으시기보다는 섬기러 오셨다”(<사목헌장> 3항).

  이사야 예언자가 예루살렘에 대해 가졌던 희망의 비전은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영적 예루살렘을 향해 갖는 비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장차 어느 날엔가 / 야훼의 집이 서 있는 산이 / 모든 멧부리 위에 우뚝 서고 / 모든 언덕 위에 드높이 솟아 / 만국이 그리로 물밀 듯이 밀려들리라. / 그 때 수많은 민족이 모여 와서 말하리라. / “자, 올라가자, 야훼의 산으로, / 야곱의 하느님께서 계신 전으로! / 사는 길을 그에게 배우고 그 길을 따라 가자. / 법은 시온에서 나오고, 야훼의 말씀은 예루살렘에서 나오느니”(이사 2,2-3).

<참고서적>

차동엽, 『본당활성화 방안 EP-1234 성공적인 교회들에는 비밀이 있다』, 에우안겔리온,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