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종교 운동의 성격

                                                               노길명 교수

Ⅰ. 서  론

  19세기 중엽이래,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서구사회에서는 수많은 신종교들이 발생하여 왔다. 이들 신종교들은 외래문화의 충격에 대응한 토착종교 운동의 성격을 띠면서 전개되었지만, 그것을 지칭하는 용어들은 주어진 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예를 들면, 원주민 보호 운동(Nativist Movements), 부흥 운동(Revitalistic Movements), 반문화접변 운동(反文化接變運動, Contra-acculturation Movements), 해방운동(Liberation Movements), 미숙한 민족주의 운동(Embryonic NationalistMovements),하물숭배종파운동(荷物崇拜宗派運動,Cargo-cult Movements),예언운동(PropheticMovements),천년왕국운동(Millenarian Movements), 구세운동(Salvation Movements) 또는 종교부흥운동(Religious Revivalism Movements) 등은 이들 종교 운동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¹⁾

  1860년 동학이 발생한 이래 한국사회에서도 수많은 신종교 운동들이 전개되어 왔다. 한국 신종교의 수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기 어렵지만, 여러 조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광복 이후에 등장한 것만도 5백 개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²⁾

  최근 한국 신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신종교의 성격이나 신종교를 지칭하는 용어에 관해서는 연구자들간에 일치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신종교’ 또는 ‘신흥종교’ 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신종교 운동이 갖는 성격이나 특수성을 강조코자 할 때에는 ‘민족종교’ 또는 ‘민중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신종교 운동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신종교 운동의 발생사적 성격을 고찰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신종교 운동에서 제시하는 교리나 사상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본고에서는 한국 신종교 운동의 전개 과정과 사상적 특성을 중심으로 그 성격을 고찰해보기로 한다.

Ⅱ. 한국 신종교 운동의 전개 과정

  조선왕조의 지배종교로 군림해온 성리학은 학문과 교양을 통해서만 그 원리를 익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민중과는 애당초부터 거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었다. 특히 초자연적 신 관념을 배척하면서 고도의 합리성과 주지주의적 성격을 나타내는 성리학의 세계관은 억압과 수탈을 받아온 민중의 종교적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처음부터 한계성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민중은 강력한 국가 정책과 사회 통제 그리고 계급내의 결속력 부족 등으로 인해 성리학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못할 뿐, 내면적으로는 지배 계급의 가치체계와 분절 내지는 격차를 지니고 있었다.

  이와 같은 계급간의 가치적 분절 현상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표출된 성리학적 가치체계의 기능 약화를 계기로 표면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조선후기에 심화된 사회해체 상황은 억압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민중의 열망은 기존 질서의 청산과 새로운 질서의 도래를 약속하는 여러 형태의 종교 운동을 촉발시켰다. 조선 후기에 전개되기 시작한 미륵신앙 운동과 비결신앙 운동, 천주교 신앙 운동 등은 이러한 민중종교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와 같은 민중종교 운동은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보다 체계적인 조직과 교리 체계를 갖춘 신종교 운동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하였다. 그 효시는 최제우(崔濟愚: 호는 水雲, 1824-1864)가 창도한 동학(東學)이었다. 1860년, 창도된 동학은 민중 세계에 전개되어온 다양한 형태의 종교운동 체험이 축적됨으로써 나타난 근대 신종교 운동의 효시였다.

  동학운동이 지역적 한계성을 넘어 범민중적 규모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민중의 삶과 밀착되어 있던 토착 신앙이나 주술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교리나 의례에 수렴하고 있었고,³⁾ ‘한울님’이라는 신 관념을 통해 신앙대상으로서의 초월적 존재를 갈망하던 민중의 종교적 욕구에 부응할 수 있었기⁴⁾ 때문이었다. 또한 기존의 사회 질서는 종말을 고하게 되고 새로운 사회 질서가 전개되리라는 혁세사상(革世思想)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갈망하는 민중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혁세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신종교 운동의 또 다른 형태로서는 남학(南學) 또는 영가무도교(詠歌舞蹈敎)로 불리는 정역(正易) 운동을 들 수 있다. 동학 운동과 비슷한 시기에 김항(金恒: 호는 一夫, 1826-1898)에 의해 전개되기 시작한 정역 운동에서는 주역(周易)을 새롭게 해석하여 모순과 부조리로 특징 되는 낡은 질서는 곧 종말을 고하게 되고 새로운 질서가 펼쳐지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선후천운도(先後天運度)를 강조하였다. 정역에서 강조하는 후천개벽(後天開闢)의 논리는 그 후 증산교(甑山敎)를 비롯한 수많은 한국 신종교들에 영향을 끼쳤다. 

  19세기에 본격화된 신종교 운동들은 이전의 민중종교 운동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었다. 즉 이전의 종교 운동이 억압과 수탈이라는 계급 모순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민중 해방의 성격을 띠었던 데 비해, 신종교 운동은 계급 모순과 함께 제국주의 물결로 인해 나타나는 민족 모순을 바로잡고자 하는 민족종교 운동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성격 전환은 개항을 계기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876년에 체결된 조일수교조규(朝日修交條規)는 일본이 서구 세력으로부터 강요당하였던 불평등조약의 독소 조항을 그대로 조선에 강요한 것이었다. 1890년대 초반 일본과의 무역구조를 보면, 수입품은 기계제 면직물과 지배층의 사치품이 대부분인 반면, 수출품은 쌀․콩 등의 농산물과 그 밖의 원료가 주를 이루고 있어 약탈무역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또한 저율 관세와 부등가 교환에 의한 약탈 무역은 조선의 국내 시장과 농업부문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었다. 특히 쌀 수출로 인한 쌀값의 폭등은 농민 특히 빈농(貧農)의 생활을 위협하여 소빈농과 도시 빈민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한편 지주 계급에게는 보다 많은 부를 축적케 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주 계급은 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사치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농민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더한층 강화함으로써 민중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던 농민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1894년에 발생한 동학혁명은 이와 같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대응으로 전개된 민중 운동이었다. 영남지방에서 창교된 동학이 호남지방에서 동학혁명으로 분출된 것은 당시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의 결합이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에서 보다 심화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혁명은 분명 동학의 이념과 조직을 바탕으로 전개된 민중혁명이었다⁵⁾. 이 혁명에는 동학에서 제시된 혁세 사상이 바탕을 이루고 있었으며, 민중의 동원과 결집은 동학의 조직체계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한 이 혁명에서는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계급 모순과 함께, 척왜(斥倭)․척화(斥華)․척양(斥洋)을 강조함으로써 민족 모순도 함께 고발하고 있었다. 이 혁명에서 제시되었던 반(反)봉건과 반(反)외세 캐치프레이즈는 이 혁명이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에 대응하여 전개된 혁명이었음을 의미한다.

  한국 신종교 운동사에서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강일순(姜一淳: 甑山, 1871-1909)의 증산교 운동은 동학혁명의 전개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전개된 신종교 운동이었다. 증산교 운동은 동학혁명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지역에서 이 혁명의 실패 직후에 등장하였을 뿐 아니라, 참여자들의 대부분 또한 동학 신도들로서 동학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강일순은 이들을 중심으로 종교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는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을 비판하면서도 이상세계의 건설을 동학혁명에서와 같은 혁명적 방법에서 찾지는 않았다. 그는 역사의 전개는 예정된 변동 원리 즉 ‘천지도수’(天地度數)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면서, 곧 도래할 후천선경(後天仙境)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죄를 멀리하며 순결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⁶⁾

  한편, 동학운동에서 표출되기 시작한 신종교 운동의 반침략 반외세적 성격은 일제의 침탈이 노골화됨에 따라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1909년, 라철(羅喆: 弘巖, 1863-1916)에 의해 중광(重光)⁷⁾된 대종교(大倧敎)는 일제의 침략에 대응하여 전개된 신종교 운동이었다. 그는 일제의 침략에 의해 훼손된 민족 정신을 바로잡고 민족적 자존과 독립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은 국조신앙(國祖信仰)인 단군신앙(檀君信仰)을 중심으로 전 민족이 결집하는 것뿐이라는 판단 아래 대종교를 중광하였으며, 일제의 강점이 현실화되기에 이르자 교단 본부를 만주로 옮기고 반침략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였다.

  일제의 강점은 조선 후기부터 심화되어온 사회적 모순을 더 한층 심화시켰다. 특히 일제의 식민지 경제정책과 더불어 시행된 토지 조사 사업은 농민의 토지를 국유지로 편입시켜 한국을 일본의 식량 공급지로 만드는 한편, 대다수의 농민을 노동자로 전환시켜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취해진 정책이었다. 그 결과, 농촌에서는 일본인 지주를 정점으로 일제의 지배 정책에 협조하여 성장한 친일 지주 계급과 봉건적 특권 지주 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구조의 지주제(地主制)가 형성되었으며, 그에 따라 농민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것은 조선 말부터 심화되어온 계급 모순이 일제의 강점과 식민 정책이라는 민족 모순과 결합됨으로써 민중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였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신종교의 발생과 확산을 보다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가중되는 일제의 억압과 수탈은 항일 독립 운동과 같은 세속적 차원에서의 사회운동뿐 아니라 종교적 차원에서 구원을 얻으려는 경향을 증대시켰다. 특히 강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나타내며 곧 도래할 이상세계의 참여와 현세 복락에 대한 여러 신종교에서의 약속은 식민 통치에 고통받던 민중에게는 그 자체가 해방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였다.

  따라서 일제강점기는 한국 신종교 운동의 발흥기였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신종교 운동들이 전개된 시기였다. 동학, 정역, 증산교 그리고 단군 신앙에 바탕을 둔 신종교 등 이미 개항기에 발생하였던 신종교들은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여러 종파로 분파되면서 민중세계에 교세를 넓혀 가는 한편, 새로운 신종교 운동들도 다수 발생하였다. 오늘날 한국 신종교 운동의 계보는 대부분 이 시기에 활동하던 신종교 운동들로부터 유래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신종교 운동의 한 흐름을 이룬 이선평(李仙枰: 晨鷄, 1882-1956)의 각세도(覺世道, 1915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기치 아래 불교 교리의 시대화․대중화․생활화를 주장한 박중빈(朴重彬: 少太山, 1891-1943)의 원불교(圓佛敎, 1916년), 유교계 신종교를 표방하는 강대성(姜大成: 迎新堂, 1889-1954)의 갱정유도(更定儒道, 1928년), 찬물의 이법(理法)과 치병(治病)을 강조하는 김영근(金永根: 奉南, 1898-1950)의 물법계(1943년) 등 한국 신종교 운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는 신종교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궁핍화로부터 벗어나려는 민중의 욕구와, 손상된 민족의 자존과 긍지를 회복하려는 민중의 열망을 바탕으로 전개된 신종교 운동들이었다.⁸⁾

  이러한 운동은 그리스도계 신종교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전개되었다. 일제의 침략과 식민통치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초월하도록 유도하는 선교사들의 신앙유형과 선교정책에 반발하여 일제강점기를 전후로 전개되기 시작한 신학적 이단 종파운동․반(反)선교사 종파운동․반(反)교권적 종파운동․무교회주의 종파운동․신비신령주의적 종파운동․환상적 애국적 종파운동 등은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으로 인해 고통받는 민중을 중심으로 전개된 신종교 운동으로서 그 후 수많은 그리스도계 신종교 운동의 모태가 되었던 운동들이었다.⁹⁾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신종교 운동들은 한국 근대사의 특징인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을 고발하면서 전개된 종교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의 신종교 운동이 민중과 민족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민중종교 운동’과 ‘민족종교 운동’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Ⅲ. 주요 신종교의 창교 과정

  1. 동학(東學)

   동학의 창교자 수운 최제우는 1824년 10월 28일 경북 월성군 현곡면 가정리의 명망 있는 선비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서 사망하였으며, 부친 또한 17세에 사망하였다. 이로 인해 그는 어릴 때부터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을 뿐 아니라 세상사람들이 참된 도리를 잃어버리고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참된 도리를 얻어 세상을 건질 수 있을까 하고 진리를 찾기 위한 구도에 힘쓰게 되었다 한다.

①   그는 전통종교인 유․불․선의 교리를 두루 섭렵하는 한편 음양(陰陽)․복술(卜術) 등 민간 신앙을 연구하였으며, 활쏘기와 말타기, 장사생활 등을 하면서 세상 인심을 경험하였다. 32세 되던 1855년 춘삼월 초순, 그는 초당에서 홀로 묵상에 잠겨있었는데 문득 눈을 들어본즉 어떤 이상한 도인이 나타나 『을묘천서』(乙卯天書)라는 책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그 책에 쓰인 대로 49일 기도생활을 계속하던 중 37세 되던 1860년 4월 5일 갑자기 마음과 몸이 떨리면서 황홀한 경지에 이르는 종교체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그는 한울님으로부터 “나에게 영부(靈符)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仙藥)이요 그 형상은 태극(太極)이요 또 형상은 궁궁(弓弓)이니 나의 영부를 받아 사람을 질병에서 건지고 나의 주문을 받아 사람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 너도 또한 장생하여 덕을 천하에 펴리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¹⁰⁾ 그 후 그는 거의 1년 동안 한울님과 문답하였으며, 한울님 강화(降話)의 가르침에 의하여 스스로 수련하고 스스로 닦아 장차 온 누리에 포덕할 대법(大法)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¹¹⁾

  그는 한울님으로부터 받은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동학’(東學)이라 부르면서, <동경대전>(東經大全)과 <용담유사>(龍潭遺詞) 등의 경전과 한울님을 치하하는 주문을 지어 포덕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교도가 날로 증가하게 되자, 정치 권력은 이를 사교(邪敎)로 규정하고 수운을 체포하고자 하였다. 수운은 1863년 8월 14일 법통을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에게 전수하고, 같은 해 12월 10일에 체포되어, 이듬해인 1864년 3월 10일에 참형을 당하였다.

  수운 사상의 핵심은 크게는 ‘천주’(天主, ‘한울님’, 수운교에서는 ‘하날님’으로 호칭함)와 ‘지기’(至氣)로 구분된다.¹²⁾ ‘천주’가 동학의 신관이라면, ‘지기’ 사상은 동학의 우주관이라 할 수 있다.

  수운은 ‘천주’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천주’란 모든 현상 속에 내재해 있으면서 우주만물을 총섭하는 존재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 존재는 시간상으로는 무한한 과거로부터 무한한 미래로 존재하며, 공간적으로는 무한하다. 만유는 천주 자체의 자율적 창조로 인하여 각양각색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간에게도 만유의 원인자인 ‘천주’가 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천주’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함과 동시에 인간 밖에 존재하는 초월자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편, ‘지기’는 ‘천주’와 표리적 관계로 파악되는 것으로서, 허령(虛靈) 창창(蒼蒼)하여 우주에 충만된 기운을 말한다. 즉 ‘지기’는 ‘천주’의 질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천주’가 우주 본체의 전체적 표현이라면, ‘지기’는 그 본질을 이적(理的)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운은 ‘천주’를 모심을 깨달아 수심정기(守心正氣)로써 참된 삶의 길을 추구하며 객관적으로는 자아의 인격완성을 기하고 국가 사회적으로는 보국안민(輔國安民)․광제창생(廣濟蒼生)․지상천국(地上天國) 건설을 이룰 것을 가르쳤다. 그의 가르침은 지기일원론(至氣一元論)의 우주관과 성신쌍전(性身雙全)․교정일치(敎政一致)의 사회관 그리고 시천주(侍天主)의 인간관을 근간으로 삼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사상을 토대로 사람 대하기를 ‘천주’ 대하듯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윤리관을 제시하였으며, 정성․공경․믿음의 수행덕목을 실천하여 동귀일체(同歸一體)로써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새 한울(新天), 새 땅(新地), 새사람(新人)이 될 것을 가르쳤다.

  현재, 수운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종단으로는 천도교, 수운교, 동학천진교(東學天眞敎), 동학교본부(東學敎本部) 등이 있다. 

  2. 증산교(甑山敎)

   증산교를 창교한 증산 강일순은 1871년 9월 19일 전라도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현 전북 정읍군 덕천면 신월리)에서 몰락 양반 가문의 2남 1여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학문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빈궁하여 14, 15세 때에는 남의집살이와 나무꾼 생활도 하였으며, 결혼한 후에는 처남 집에 방 한 칸을 얻어 훈장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그는 1894년에 발생한 동학혁명의 진전 과정과 그에 따른 사회적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서 인간과 세상을 구원할 새로운 종교를 세울 결심을 하였다. 그는 사회 혼란을 극복하고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제하는 것은 기성종교나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며 오직 하늘과 땅의 운행질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유․불․선 등의 기성종교 교리와 음양(陰陽)․풍수(風水)․복서(卜書)․의술 등을 연구하는 한편 신명(神明)을 부리는 도술과 과거․미래를 알 수 있는 공부를 하였으며, 1897년부터는 세상과 인심을 보다 상세히 알기 위해 3년간 전국을 주유하였다. 이때 그는 충청도 비인 사람인 김경흔(金京訢)으로부터 증산교의 중요한 주문이 된 태을주(太乙呪)를 얻었으며, 연산에서는 당시 《정역》을 저술한 김일부(金一夫)를 만나 정역에 관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     

  1901년, 증산은 전라도 모악산에 있는 대원사에 들어가 수도를 하던 중, 그 해 7월 하늘과 땅의 원리를 깨닫게 되고 탐음진치(貪淫瞋癡)의 사종마(四種魔)를 극복함으로써 성도(成道)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 해 겨울 처음으로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행하였으며, 그 후 주로 전라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포교하면서 가르침을 전한 다음 1909년에 화천(化天)하였다.

  증산교 교리의 핵심은 ‘천지공사’이다.¹³⁾ ‘천지공사’란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의 주재자인 증산이 자신의 권능으로 우주의 운행질서를 뜯어고쳐 후천선경(後天仙境)의 토대를 마련한 작업을 말한다. 증산은 ‘천지공사’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즉 선후천교역기(先後天交易期)에 해당하는 현대에는 선천시대로부터 누적되어온 신명계와 인간계의 모든 원한과 살기(殺氣)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한과 살기를 해소시키고 새 질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벽이 필요하고, 현대에는 신명계의 정황이 극도로 혼란되어 신명과 인간간의 조화 즉 신인협화(神人協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신명계의 혼란 상황이 인간계에 그대로 반영되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신명계의 조정이 필요하며, 지금의 기성종교들은 각 민족과 민족 문명에 토대를 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판도가 넓어지고 일이 복잡하게 된 오늘날에는 각 종교들의 진액을 걷어 모아 새롭게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천지공사’란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삼계의 운행질서를 근원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을 말한다. 많은 증산교 신도들은 증산이 생존시에 행한 일체의 언행을 ‘천지공사’로 간주하기도 한다. 

  ‘천지공사’는 그 목적에 따라 천지간에 예정된 변동원리 즉 천지도수를 뜯어고치는 운도공사(運度公事)와, 신명들의 원한을 해원시키고 그들을 새롭게 배치하며 통일시키는 신도공사(神道公事), 그리고 말세에 처해 앞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인간들의 영(靈)을 밝게 하고 후천시대의 윤리도덕을 닦도록 하는 인도공사(人道公事)의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증산은 선천에는 상극지리(相克之理)가 인사와 사물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에 어그러져 원한이 삼계에 쌓이고 넘치게 되어 마침내 살기가 터져 나와 세상의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켰지만, 지금까지 누적되어온 인간과 신명의 모든 원한은 ‘천지공사’를 통해 해원(解寃)되었으며, 후천에는 사람과 사람, 족속과 족속, 사람과 신명, 사람과 자연간에 상생지도(相生之道)의 원리가 세상을 이끌게 됨으로써 지상선경(地上仙境)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그는 천지인 삼계 중에 가장 존귀한 것은 인간이며, 이제는 인존시대(人尊時代)라고 선포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후천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상등국이 될 것이고 따라서 천하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집안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증산의 사상은 해원상생사상 또는 인존사상으로 집약된다.

  현재, 증산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는 종단으로는 증산법종교, 증산교본부, 삼덕교(三德敎), 청도대향원(靑道大享圓), 태극도, 대순진리회, 증산도, 청우일신회, 태인미륵불교(泰仁彌勒佛敎) 등 수십 개가 있다.

  3. 대종교(大倧敎)

   대종교를 중광한 홍암 나철은 29세에 장원급제하여 승정원가주서(承政院假注書)와 승문원권지부정자(承文院權知副正字)를 역임하였다. 그는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관직을 사임하고 호남출신의 지사(志士)들을 모아 1904년 유신회(維新會)라는 비밀단체를 조직하여 구국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는 을사조약이 체결되기 직전인 1905년 6월 몇몇 동지들과 일본으로 건너가 미국으로 가려했으나, 일본측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동경에 머무르게 되었다. 홍암은 일본의 총리대신, 추밀원장, 귀족원, 중의원 앞으로 동양의 대세를 논하고 한국과 일본과 청국간의 평화를 이루는 방안을 제시하며 주한일본공사의 횡포를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보냈으며, 그에 대한 응답이 없자 일본 궁성 앞에서 3일간 단식투쟁을 하였다. 이들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조선과 새로운 협약을 체결한다는 소식이 각 신문에 발표되자, 나라 안에 있는 매국노들을 제거해야 국정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칼 두 자루를 사서 행장에 감추어 귀국하였다.

  홍암은 귀국 직후 백전(伯佺)이라는 백발노인으로부터 《삼일신고》(三一神誥)와 《신사기》(神事紀)라는 두 권의 책을 받았다고 한다. 귀국 후, 홍암은 을사오적(乙巳五賊)을 살해하기 위해 폭탄을 장치한 소포를 보내려하다가 실패하였다. 그는 1907년 3월 25일 다시 오적을 주살하려 하였으나 사건의 전모가 탄로나 동지들이 체포되자 자수하여 10년형의 언도를 받고 7월 12일 전라도 지도로 유배되었다. 그는 같은 해 12월 7일에 고종의 특사로 풀려났으며, 다음 해인 1908년 11월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외교적 방법으로 구국운동을 하였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귀국하였다. 이때 그는 일본에서 두일백(杜一白)이라는 노인으로부터 《단군교포명서》(檀君敎佈明書) 한 권과 고본 《신가집》(神歌集) 및 《입교절차》 등의 책을 받고 귀국하였다. 그는 다음 해인 1909년 1월 15일 서울 재동에서 ‘단군대황조신위’(檀君大皇祖神位)를 모시고 제천의식을 거행한 뒤 ‘단군교포명서’를 공포함으로써 단군교를 중광하였다.¹⁴⁾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단군교를 빙자하여 친일행위를 하므로 홍암은 1910년 7월 30일 교명을 ‘대종교’(大倧敎)로 개칭하였다. 교명을 바꾼 직후 나라가 일제에 의해 강점되자 그는 활동지역을 만주로 넓히고 1914년 5월 13일에는 총본사를 만주 화룡현 청파호로 이전하였다. 아울러 서울에 남도본사, 청파호에 동도본사를 설치하는 한편, 백두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4도 교구와 외도교구를 선정함으로써 교구제도를 확대․개편하였다.

  그러나 1915년 일제의 ‘종교통제안’ 발표로 인해 대종교가 불법화되고 그에 따라 교단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자, 홍암은 1916년 8월 15일 단군신앙의 성지인 황해도 구월산에서 시봉자 6인과 함께 제천의식을 거행한 다음, 시봉자들에게 단식 수도를 하겠으니 방문을 열지 말라고 하고 3일 동안의 수도에 들어갔다. 16일 새벽, 인기척이 없어 제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홍암은 자신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밝히는 《순명삼조》(殉命三條)라는 유서를 남기고 조식(調息)의 폐기법(閉氣法)을 사용하여 운명한 다음이었다.¹⁵⁾  

  홍암의 사상은 그가 남긴 《순명삼조》에 집약적으로 담겨져 있다. “첫째로는 나는 죄가 무겁고 덕이 없어서 능히 한배님의 큰 도를 빛내지 못하며 능히 한겨레의 망케됨을 건지지 못하고 도리혀 오늘의 없우임을 받는지라. 이에 한 오리의 목숨을 끊음은 대종교를 위하여 죽는 것이다. 둘째로는 내가 대종교를 받든 지 여덟 해에 빌고 원하는 대로 한얼의 사랑과 도움을 여러 번 입어서 장차 뭇 사람을 구원할 듯 하더니 마침내 정성이 적어서 갸륵하신 은혜를 만에 하나도 갚지 못할지라. 이에 한 오리의 목숨을 끊음은 한배님을 위하여 죽는 것이다. 셋째로는 내가 이제 온 천하의 많은 동포가 가달길에서 떨어지는 이들의 죄를 대신으로 받을지라. 이에 한 오리의 목숨을 끊음은 천하를 위하여 죽는 것이다.”¹⁶⁾ 즉 그의 사상은 전통적으로 한민족의 신앙대상이었던 한배검에 대한 철저한 신앙과 강한 민족의식으로 집약된다.    

  현재, 단군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단으로는 대종교, 한얼교, 천상환인미륵대도(天上桓因彌勒大道), 선불교, 삼신교(三神敎), 삼성궁(三聖宮) 등 여러 개가 있지만, 홍암의 종통을 계승하는 종단은 대종교라 할 수 있다.

4. 원불교(圓佛敎)

   원불교를 창교한 소태산 박중빈은 7세 때에 청명한 하늘을 보고 우주와 자연 현상에 대한 의문을 품었으며, 인간의 생사와 존재 문제까지 의문을 확장시켜나갔다고 한다. 그는 11세 때 시향제(時享祭)에 참여하였다가 산신의 권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산신을 만나기 위해 4년 동안 산상기도를 하였으며, 혼인한 다음해인 16세 때에는 처가에 갔다가 도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22세까지 정성을 다하였다. 20세가 되었을 때 후원자였던 부친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는 구도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깊은 회의에 빠져들게 되었으며, 24,5세가 되었을 때에는 온몸에 종기가 나고 배 안에 단단한 것이 생겨 주위 사람들로부터 폐인 취급을 받기까지 하였다.

  26세가 되던 1916년 4월 28일 이른 새벽, 묵묵히 입정삼매(入靜三昧)에 빠져 있던 소태산은 동트는 새벽과 함께 정신이 밝아지면서 우주의 자연현상과 인생의 모든 이치가 환히 떠올라 “만유가 한 체성(體性)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다. 이 가운데 생멸없는 진리와 인과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뚜렷한 기틀을 지었다”는 것을 대각(大覺)하게 되었다고 한다.¹⁷⁾

  그는 이 같은 대각의 안목으로 당시의 사회 현상과 인류의 장래를 관망한 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를 내걸고, 물질문명에 끌려가는 인류의 정신구원을 위한 종교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교단 창립과 사회 개혁의 첫 사업으로 자신을 따르는 9인의 제자들과 함께 1917년 저축조합을 세우고 허례 폐지․미신 타파․금주 단연․근검 저축 운동을 펼쳤으며, 여기에서 저축된 자금으로 1918년 간척 사업을 착수하였다.

  그는 1924년 전라북도 익산에 ‘불법연구회’라는 임시 교명으로 본격적인 종교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불교 교리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강조하면서,¹⁸⁾ 선원(禪院)을 설립하여 교역자 양성과 신도 훈련을 병행하는 한편, 상조조합을 개설하여 근검저축 정신의 고취와 상호 협동을 통한 생활안정, 주경야독(晝耕夜讀)의 공동생활을 펼쳐나갔다. 그는 1937년 자신이 대각한 진리를 ‘일원상’(一圓相)으로 상징하여 신앙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도록 하는 일원종지(一圓宗旨)를 선포하였으며, 1943년 3월에는 기본경전인 《불교정전》(佛敎正典)을 발간하였다. 그는 같은 해 5월 ‘생사의 진리’라는 설법을 마치고 6월 1일에 열반하였다.

  소태산의 가르침은 ‘법신불 일원상’(法身佛一圓相), 즉 ‘○’으로 집약될 수 있다.¹⁹⁾ 이 일원상의 속성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하나이며, 시작도 없으며, 돌고 돌아 순환 무궁한 것이며, 텅 비어 아무것도 없으되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주의 본래의 자리이며, 모든 부처님의 깨우치신 마음이요, 일체 중생의 본래 마음 자리의 상징이다.”

  이 진리는 다음의 두 가지 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 하나의 문은 진리의 소소영령(昭昭靈靈)한 인과보응의 위력에 따라 이 위력을 믿고 받들어 들어가는 신앙문이다. 이 문을 들어서면 일원상 진리의 현상세계로써 천지은(天地恩)․부모은(父母恩)․동포은(同胞恩)․법률은(法律恩)의 사은(四恩)으로 가득 찬 세계가 펼쳐져 있다. 우주만물은 모두 사은에서 생성되고 생명을 유지 발전시키며 인간도 사은의 큰 은혜 속에 태어나서 그 은혜를 힘입어 살아간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문은 텅 비어 가득 찬 진리의 모습인 진공묘유(眞空妙有)로 벌여진 세계를 따라 원만구족(圓滿具足)하고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성품을 회복하는 문이다. 즉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의 삼학 수행(三學修行)은 일원상 진리를 깨치고 실천하여 원만한 인격을 이루어 도덕성을 회복함은 물론 대자유의 해탈세계를 이루는 길이다. 

  소태산은 일원의 진리가 현상 만유에 내재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이러한 가르침을 ‘처처불상(處處佛像)․사사불공(事事佛供)’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가르치는 일원의 세계는 궁극적으로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으로 서로 살리는 은혜가 넘쳐흐르며,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을 선도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가는 세계를 말한다. 이러한 일원상 진리에 따라 그는 이 세계의 모든 인류는 민족과 국가와 이념이 다르지만 그 근본은 한 형제이고 한 인류라고 강조하였다.

  5. 갱정유도(更定儒道)

    갱정유도의 창도자 영신당 강대성은 20여 세가 지나면서부터 천리(天理)에만 몰두하였으며, 1919년에는 3.1운동에 참가했다가 검거되어 일주일간 옥살이를 하기도 하였다.

  1922년, 그는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고 민중을 구하며 큰 일을 할 수 있는 길은 새로운 도(道)를 얻어 큰 능력을 갖추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도를 이루기 위한 수련을 시작하였다. 1928년, 그는 기도 중에 기도 중에 “금강산 금강암에 가서 수도하라”는 천신의 외침을 듣고, 회문산에 있는 승강산 금강암에 초가 3간을 지은 다음, 부인과 10세된 아들 용학(龍鶴)가 함께 고행과 정진을 하였다 한다. 그는 “이 집은 유불선(儒佛仙)을 겸하였으니,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로 보면 하늘이 선(仙)이고 땅이 불(佛)이고 사람이 유(儒)이며, 인간 부부자(夫婦子) 3인으로 보면 아버지는 선이고 어머니는 물이며 아들은 유라”고 말한 다음, 방 하나씩을 맡아 수도 장소로 정하고 마당에 금줄을 쳐서 외인의 출입을 금하였으며, 귀와 눈을 막고 음식마저 전폐하며 정진을 계속하였다. 그러던 중 1929년 7월 어느 날,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뇌성소리와 흔들림 그리고 자욱한 안개가 덮이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면서 그는 도통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도통을 이룬 영신당은 그 후 7일간을 하늘에 올라가 거기에 머무르면서 천상 무형세계의 도수(度數)를 다보고 내려왔다고 한다. 이때 그는 상제(上帝)로부터 천지(天地)가 지천(地天)되었다가 다시 지천되는 대법정도(大法正道)와 노천노지(老天老地)를 신천신지(新天新地)로 변역(變易)시켜 부부자 3인이 광제창생하라는 천지공사(天地公事)의 대임(大任)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천지공사의 대임을 받고 지상에 내려온 후, 이 책임을 부부자 삼인이 분담하게 되었다 한다. 즉 부(父: 영신당)는 천황씨(天皇氏)로서 천상일기(天上一氣: 諸聖 諸佛 諸仙 忠孝烈)를 인간에 해원(解寃: 神人合發)시킬 책임을 맡고, 모(母: 부인)는 지황씨(地皇氏)로 인간의 죄악을 천상으로 보내 인간세상에는 죄악이 없도록 하는 일을 맡으며, 자(子: 아들 龍鶴)은 인황씨(人皇氏)로 인수기별(人需奇別: 儒道소식)을 붙여 만민을 해원시킬 책임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세 사람은 만민의 죄를 속죄하여 눈물을 흘렸는데, 이때 흘린 눈물을 수건으로 닦은 다음 그것을 짜서 서로 나누어 마심으로써 인류의 구원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갱정유도의 중심 교리인 ‘누건수’(淚巾水) 도리이다.²⁰⁾  

  그 후, 영신당은 4-5년 동안 여광여취(如狂如醉) 상태로 여러 지역을 방랑하다가 1934년 진안 운장산에 들어가 《해인경》(海印經)을 비롯한 수많은 경전들을 내놓는 한편, 제자들은 만나 그들을 가르치면서 예언과 치병 활동을 하였다. 그는 일본과 서양의 세력을 물리쳐는 공사를 여러 차례 행하였으며, 1945년 8월 15일 정오에는 제자들을 시켜 만들어 놓았던 태극기를 4명의 제자들에게 들린 다음 “조선독립만세”를 세 번 부르게 하고, “이제 일이 끝났으니 들어가라”고 함으로써 해방을 알아 맞추었다고 한다.

  1950년 4월, 영신당은 서울에 올라가 이승만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1주일간을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1953년 5월부터는 제자들을 시켜 각국의 대통령과 대사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토록 하는 한편, 《해인경》과 ‘누건수 도리’를 영어로 번역하여 미국 대통령과 미상하의원 의장 및 유엔 사무총장에게 항공우편으로 발송하였다. 또한 1954년 3월에는 그의 제자 4명이 “세계평화하실 만고비지대성인(萬古比之大聖人)이 한국에 나시었다”는 소식을 자유당 정부에 건의하려다 경찰에 체포되어 각각 1개월씩의 구류를 살았으며, 같은 해 5월 16일에는 제자 15인이 깃발을 들고 아시아반공대회장에 참석하려다 ‘국가위신손상죄’로 몰려 1개월씩 구류를 살기도 하였다.

  당시, 해인경과 누건수 도리를 발송 받은 미국정부와 유엔은 한국정부에 갱정유도라는 단체에 관한 문의를 하였는데,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내사를 전북도경에 지시하였다. 그런데 영신당의 제자였던 일부 사람들이 무고함으로써 사건은 더욱 확대되어 1954년 6월 1일, 전라북도 경찰국 소속의 무장 경찰 50여명이 영신당을 비롯한 원로 간부들을 구타하고 연행하였다. 이때 받은 구타로 인해 영신당은 8월 16일 사망하였다. 이 사건을 ‘대화중흥국사건’(大和中興國事件)이라 한다. ‘대화중흥국’이란 영신당이 사용한 용어로서, 원래는 “천하가 도덕문명으로 정신문화가 창달되면 우리나라가 자연이 ‘대화중흥국’이 되고, 대화중흥국이 되면 온 천하가 평화를 누리게 된다”는 것인데, 당시 경찰에서는 영신당이 ‘중흥국 건립’을 목표로 ‘유사종교’를 만들어 혹세무민을 일삼고, 대한민국을 정복하여 계룡산에서 정씨왕(鄭氏王)으로 등극하려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1956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종결되었다.

  영신당의 가르침은 선(仙)의 조화, 불(佛)의 형체, 유(儒)의 범절을 기본으로 하여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실현하고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성의정심(誠意正心)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하며, 천상일기(天上一氣: 諸聖 諸佛 諸善 忠孝烈)를 인간에 해원(解寃: 神人合發)시켜 평화로운 낙원 세상을 이 땅을 중심으로 건설하자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²¹⁾

  갱정유도는 한때 일심교(一心敎)라 불리기도 했으나 공식 도명은 ‘시운기화 유불선 동서학 합일 대도대명 다경대길 유도갱정 교화일심’(時運氣和 儒佛仙 東西學 合一 大道大明 多慶大吉 儒道更定 敎化一心)이다. 

Ⅳ. 한국 신종교 운동의 사상적 특성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신종교는 수없이 많다. 또한 그들의 계보․경전․조직규모․활동내용은 저마다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신종교의 교리나 사상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그들의 경전이나 각종 출판물 그리고 설교의 내용들을 분석해 보면, 거기에는 놀랄만한 공통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한국의 신종교들이 동일한 역사적 체험과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하여 발생하였으며, 현실 사회 상황에 대한 민중의 진단과 종교에 대한 그들의 욕구가 동일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²²⁾

  여기에서는 한국 신흥종교의 공통 교리와 사상은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한국 신흥종교 운동의 성격을 구명해 보기로 한다.

  한국 신종교 운동의 공통 교리나 사상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개벽 사상과 민족주체 사상이다. 왜냐하면, 한국 신종교 운동에서 추출되는 모든 교리나 사상은 이 두 가지로 귀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신종교 운동은 계급 모순과 민족 모순으로 특징되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억압과 고통을 받아온 민중의 종교운동으로 전개되어 왔다. 따라서 이들 종교운동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의 원인과 극복방안이 제시되어 있으며, 이것은 주어진 현실에 대한 개편 의지로 나타나고 있다. 1894년의 동학혁명과 1898년의 제주민란²³⁾은 이와 같은 신종교 운동의 사회개편 의지가 현실적인 집합 행동으로 나타난 대표적 경우라 할 수있다.

  현세 질서를 개편코자 하는 한국 신종교의 열망은 흔히 개벽 사상 또는 종말 사상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신종교를 막론하고 이들은 내세에서의 복락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들의 주 관심은 내세에서의 구원보다는 오히려 현세에서의 구원에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내세에 대한 교리가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대단히 미약하다. 이들의 관심은 현세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다. 이러한 관심이 개벽 사상이나 종말 사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서구종교들에서와는 달리, 한국 신종교의 교리나 사상은 일원론적이다. 서구인들의 사유 형식은 서로 모순․대립되는 요소가 극복의 과정을 통해 전체의 통일로 이르는 논리 구조, 즉 변증법적인 구조를 특징으로 하지만, 한국인들의 사유 형식은 대립과 투쟁보다는 조화와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한국의 신종교들은 이와 같은 한국인들의 사유 형식을 그대로 수용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도 역사관만큼은 이분법적이다. 이들은 우주와 세상의 역사를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시대로 구분한다. 그러나 그 설명방식은 전통종교 사상과 민간 신앙을 강조하는 비그리스도계 신종교들과 그리스도계 신종교들간에 약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우선, 비그리스도계 신종교들은 역사를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시기로 구분하면서, 그 방향은 선천으로부터 후천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선천시대는 모든 것이 거세고 겉으로 드러나는 ‘양(陽)의 시대’이고, 후천시대는 그에 반대되는 ‘음(陰)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각 종교에 따라 설명 내용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선천’은 각종의 모순과 부조리로 특징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선천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불평등이 존재하며, 그에 따라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계급과 계급,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간의 대립과 갈등 및 투쟁이 발생하는 상극지리(相克之理)라는 원리가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천시대는 억눌린 개인이나 집단․계급․국가․민족의 한(恨)이 맺히고 쌓일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반면, ‘후천’은 선천과는 정반대의 특성을 갖는 시기로, 인간의 자유와 평등․평화․복지가 실현되는 시기이다. 그리고 현대는 선천으로부터 후천으로 넘어가는 ‘선후천 교역기’(先後天交易期)에 해당된다. 흔히 ‘개벽의 시기’로 일컬어지는 선후천 교역기에는 선천을 특징지워온 모든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가 일시에 터져 나올 뿐 아니라 선천 동안 맺히고 쌓여온 개인이나 집단, 계급, 국가, 민족들의 원한이 해원(解寃)을 시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회 문제가 급증하게 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삼재팔난(三災八亂)과 괴질(怪疾)이 엄습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 시기는 ‘대심판의 시기’로서, 심판 때에는 선천시기에 권력과 부(富)를 향유하던 자들은 모두 멸망하게 되고 억눌리고 고통을 받아온 약자들만이 후천선경에 참여하여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강조한다.²⁴⁾

  이러한 사상은 그리스도교계 신종교의 종말론에서도 거의 같은 논리로 나타난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시대는 ‘사탄 주관(主管)의 시대’였기 때문에 악이 넘치고 많은 비리와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탄 주관의 시대가 끝나는 말세에는 메시아가 재림하여 모든 악의 세력과 요소들을 일소시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난 후에는 메시아가 이 지상에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천년왕국’(千年王國) 곧 ‘하나님 나라’를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들은 대심판기인 종말 때에는 기존 사회 체제에서 권력과 부를 향유하던 지배계급은 유황불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고, 억압과 소외 그리고 고통을 받던 자들만이 천년왕국에 들어가 예수와 함께 ‘공동왕’(共同王)으로 지내면서 온갖 복락을 누리게 될 것으로 신앙한다.

  이와 같은 개벽 사상과 종말 사상에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눌려 온 민중의 한(恨)과 새로운 세계의 도래에 대한 바람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상에는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는 사상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물론 인간 존엄성 사상은 서구의 종교들을 비롯한 많은 종교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상이다. 그러나 서구종교에서는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신으로부터 자유의지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존엄한 것으로 설명한다. 즉, 신 중심적인 사상의 토대 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신종교에서의 설명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특히, 비그리스도계 신종교에서는 인간을 신과 거의 동등한 존재로 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신보다도 더욱 존귀한 존재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신종교에서의 인존사상은 서구종교에서의 그것보다 더욱 강렬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사람을 섬기되 ‘한울님’을 섬기듯 섬기라”(事人如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는 동학의 가르침,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니라” “선천에는 모사(謀事)는 재인(在人)하고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 하였으나 이제는 모사는 재천하고 성사는 재인이니라” “신(神)은 사람이 부리는 데 따라서 흠향(歆享)이 되느니라”고 설명하는 증산교의 교리, 삼진귀일(三眞歸一)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강조하는 대종교의 교리, “내가 대하고 있는 모든 사물을 부처님 모시듯 하는 공경심과 경외심을 갖고 생활하라” “만유(萬有) 전체를 부처님과 같이 공경하는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하라”는 원불교의 법신불 일원상(法身佛一圓相) 신앙과 가르침, 그리고 인간을 ‘영(靈) 하나님’의 분령(分靈)으로 간주하는 영주교(靈主敎)의 영명 사상(靈命思想) 등은 인간을 신과 거의 동격으로 보거나 또는 신보다 더 고귀하고 더 존엄한 존재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²⁵⁾

  이렇게 본다면, 한국 신종교의 개벽 사상과 종말 신앙은 한국 근․현대사의 특징인 계급 모순에 대한 고발인 동시에 민중의 해원이고 신바람이며, 민중 해방을 향한 염원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의 신종교 운동이 ‘민중종교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²⁶⁾ 

  한편, 한국 신종교 운동의 또 하나의 사상적 특징인 민족주체 사상은 선민 사상(選民思想)과 민족문화 계승 사상을 통해서 나타난다. 한국의 신종교들은 한민족이 하느님의 혈통을 이어받은 천손(天孫)이라고 강조하거나, 적어도 특별한 소명을 받은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자기 종교의 창시자야말로 낡은 질서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를 펼쳐줄 메시아 내지는 심판주라고 신앙한다. 즉 자기 종단의 창시자야말로 이 세상의 불의와 악을 제거하고 이상세계를 건설할 메시아라고 신앙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종교의 창시자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창시자에 대한 이러한 신앙은 선민 사상을 강화한다. 신종교의 교리에 따르면, 메시아는 이 세상에 와서 낡은 것을 청산하는 동시에 세상을 비출 ‘새 진리’, ‘새 진법(眞法)’, ‘새 원리’를 펼치고 인류를 구원할 분이다. 또한 그는 전 인류를 하나의 대가족으로 통합시키며 지상천국을 건설할 분이다. 그런데 그가 바로 자기 종단의 창시자라고 신앙하는 것은 메시아가 한국에 강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민족은 메시아를 영접한 민족이고, 따라서 한민족은 신이나 절대자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사상을 수반한다. 또한 이러한 사상은 세계 인류의 구원은 한국에서부터 시작되고, 전 세계는 한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대가족사회로 통합되며, 지상천국도 한국에서부터 건설될 것이라는 신앙을 수반한다.

  한국의 신종교들은 한민족이야말로 후천개벽시대의 주역이고 한반도는 세계의 중심이라고 선언한다. 예를 들면, 증산교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의 상등국(上等國)이 될 것이며, 세계를 밝힐 진법은 우리나라에서 나오고, 우리 민족은 좌상(座上)에 득천하(得天下)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갱정유도(更定儒道)에서는 “21세기에 전세계를 다스릴 통합정부가 한국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유엔본부에 보내기도 하였으며, 영주교에서는 “한국이 세계의 종주국(宗主國)이 되고 한민족은 주국민족(主國民族)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²⁷⁾

  또한 한국의 신종교들은 한국의 종교적 유산들을 수렴하고 새롭게 체계화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시키고자 하는 강한 열의를 나타낸다. 이들은 전통종교의 교리나 사상은 물론 민중에 의해 전승되는 재래의 민간신앙을 배척함이 없이 거의 모두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그리스도계 신종교운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통일교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그리스도계 신종교의 교리 속에는 유교․불교․도교의 사상은 물론 음양 사상․태극 사상․주역 사상․무속 신앙․단군 신앙․정감록 신앙과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춘향전과 심청전의 내용까지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²⁸⁾ 이들은 이와 같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외래문화의 충격으로 손상되는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시도한다.²⁹⁾ 이와 같은 점에서 한국의 신종교 운동은 민족문화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결국, 한국 신종교의 구세주 신앙과 선민 사상은 강대국에 의해 손상되어온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시키고 민족적 소명 의식을 부여하는 기능을 수반한다. 이들은 이러한 신앙을 통해 지금까지 한민족이 겪어왔던 민족 모순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신과 민족의 밝은 미래와 영광을 약속받으며, 자기 자신과 민족이 나아갈 분명한 목표와 소명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그 동안 억압과 핍박을 받아온 민중과 한민족의 해원이고 신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상은 한국 근․현대사의 또 다른 특징인 민족 모순에 대한 대응인 동시에 민족 해방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한국의 신종교 운동이 민족사적인 수난과 고통 속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민족종교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Ⅴ. 결  론

  한국의 신종교 운동은 발생사적으로나 사상적으로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의 특징인 사회적 모순에 대한 대응적 성격을 띠면서 전개되어 왔다. 이것은 한국의 신종교 운동이 ‘민중종교 운동’과 ‘민족종교 운동’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신종교 운동에서 발견되는 공통 사상 중 개벽에 초점을 맞추면 한국의 신종교 운동은 민중종교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나타내게 되며, 민족주의 성향에 초점을 맞춘다면 민족종교 운동으로서의 성격이 보다 강조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한국의 신종교 운동은 한국의 근․현대사의 성격을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 중 어느 측면에 보다 중점을 두면서 보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 종교 운동은 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를 통해 겪었던 역사적 체험의 내용을 체내화하면서 민중의 동반자로, 또한 민족의 종교로 전개되어 왔다는 점이다. 

  현대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신종교들이 제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 과정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세계화(globalization)와 정보화로 특징 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편협된 계급주의나 국수주의(國粹主義) 만으로는 세계 보편종교로 성장하기 어렵다. 한국 신종교 운동이 지닌 교리나 사상 속에는 인권․사회 정의․인류 평화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함께, 근면․금욕․인간애(人間愛)․공동선(共同善)․해원상생 등과 같은 윤리 덕목이 내재되어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보편적 가치나 윤리 덕목을 찾아내어 어떻게 체계화하고 생활화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한국의 신종교들은 세계종교, 즉 인류 보편의 종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