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성 운동의 전개와 성격

Ⅰ. 서  론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자신의 저서 <제3의 물결>¹⁾에서 인류 역사에는 두 차례에 걸쳐 큰 물결이 밀어닥쳤었는데, 그 물결들은 인간의 의식 구조나 생활양식은 물론 사회 구조까지도 크게 변화시켰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제3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으며, 이러한 물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운명은 물론 인류의 장래까지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가 말한 첫 번째 물결은 인간이 농사짓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었고, 두 번째 물결은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제3의 물결’이란 지식․정보화의 물결을 말한다.

  한차례의 거대한 물결이 밀어닥칠 때마다 사회 구조나 생활양식은 커다란 변화를 나타내왔다. 영농 방법의 습득으로 채취경제시대는 끝나고 농업사회가 시작되었으며, 산업혁명을 계기로 인류사회는 산업사회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지식정보화의 물결은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키면서 지식정보화사회로의 변화를 촉진시켰다. 이 세 가지 형태의 사회들은 전통사회(traditional society), 현대사회(modern society), 탈현대사회(post-modern society)라고도 불린다.

  새로운 물결이 가져오는 충격은 정치나, 경제, 가족, 교육 등의 부문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종교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전통사회는 ‘종교의 시대’였다. 대부분의 전통사회에서는 사회성원의 대다수가 신앙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도종교(主導宗敎)가 존재한다. 주도종교는 정치, 경제, 신분, 교육, 가족 등 사회의 모든 제도들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종교와 정치, 교회와 국가가 거의 분화되지 않아 정치권력이 개인의 종교생활에도 크게 관여한다. 또한 이러한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세상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나 원리에 의해 지배되고 운행되며 역사 발전에 대한 인간의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예정론(豫定論)이나 운명론적 세계관을 지닌다. 그러면서 이들은 빈곤과 고통으로 특징 되는 현세보다는 영원한 내세에서의 복락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는 다르다. 현대사회에는 다양한 종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각 종교들은 사회적 영향력의 강화를 위해 경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는 ‘종교들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종교의 영향력을 특정 수준으로 제한하려 하며, 개인의 신앙생활이나 종교 활동은 사적 행위(私的 行爲)로 간주된다. 뿐만 아니라 전통사회에서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신분과 생활수준의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세 지향적이고 물질중심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또한 인간 능력에 대한 확신은 역사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 자신에 의해 창조되고 진행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수반함으로써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확산시킨다. 이와 같은 사회제도로부터의 분리와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의 확산은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을 일반적으로는 종교의 ‘세속화’(secularization)라 한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지식정보화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일컬어 ‘탈현대’(post-modernity)라 부른다. ‘탈현대’란 ‘현대성’(modernity)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한 문화적 특성을 지칭한다. ‘현대성’이 ‘현세적’이고 ‘물질적’이며 ‘합리적 성격’을 지녔던 것에 반해, ‘탈현대’는 ‘탈물질적 생활양식의 지향’, ‘합리성으로부터의 탈피’, ‘탈노동화’, ‘개별화’, ‘소비화’ ‘문화화’ 등의 성격을 나타낸다. 따라서 생산성의 증대와 이윤의 추구,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학화와 조직화, 체계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던 현대사회에서와는 달리, 탈현대사회에서는 정신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하게 된다. 오늘날을 ‘영성의 시대’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탈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종교적 성향은 전통사회나 현대사회에서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은 영적 관심이나 종교적 욕구를 제도종교를 통해서만 충족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직면하게 되는 사건이나 경험들 안에서 종교적 주제들을 찾아내고, 그것에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죽음, 장례, 윤회, 귀신, 영계(靈界), 초능력 등은 더 이상 제도종교들의 주제만이 아니라, 제도종교의 영역을 벗어나 일상생활이나 대중문화 또는 예술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다.²⁾ 이제는 ‘종교의 일상화’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종교화’ 또는 ‘문화의 종교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은 ‘종교적인 시대’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자체가 종교적 의미로 채색되는 ‘종교적 시대’에서는 종교의 모습 자체도 변화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삶 안에서 직면하게 되는 경험들을 전통적인 제도종교의 가르침보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부여를 통해 해석하려는 경향은 ‘종교 변용’(transformation of religion)을 촉진시킨다. 이러한 종교 변용의 두드러진 현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종교’(the invisible religion)³⁾의 출현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의 종교들은 대부분 물리적 시설이나 신자공동체, 교계제도, 집단적인 예배 의식 등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보이는 종교’(the invisible religions)였다. 그러나 탈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이러한 요건들을 갖추지 않은 ‘보이지 않는 종교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종교들’의 유형으로는 서구사회에서 등장하여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의식 세계와 행동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뉴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 일본사회에서 시작된 다음 우리나라의 장년층에게 주로 서적을 통해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정신세계 운동, 그리고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크게 확산되는 일부 기 수련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운동과 흐름들은 비록 물리적 시설이나 조직체계 그리고 집단적인 예배 의식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초월적이고 신비적이며 영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사람들의 종교적 욕구에 부응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종교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대체종교’(the alternative religion)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운동들은 ‘보이는 종교들’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그들의 정체성(identity)을 위협한다. 따라서 이러한 운동들의 확산은 제도종교들의 성장에 위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성종교 특히 그리스도교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면서 그에 대한 식별을 신자들에게 촉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⁴⁾

  제도종교들의 위축현상은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 동안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그리스도교의 신자증가율은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⁵⁾, 최근 높은 신자증가율을 나타내던 불교에서도 2003년도에는 신도의 수효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⁶⁾ 그러나 뉴에이지 운동과 정신세계 운동 그리고 기 수련 운동 등과 같은 대체종교 운동들은 계속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

  뉴에이지 운동과 정신세계 운동 그리고 기 수련 운동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용어상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 세 가지를 묶어 ‘신영성 운동’(the new spirituality movement)이라 부르고 있다.

  ‘신영성 운동’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학자는 일본 동경대학의 종교사회학자 시마조노 스스무(島薗進)였다. 그는 20세기 후반부터 소비문화가 발달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통종교들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영성’(spirituality)을 추구하는 운동들을 ‘신영성 운동’이라고 명명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운동들은 기존의 종교들과는 달리, 특정한 의례나 교리 체계 그리고 수행 방식을 따르지 않으며, 결합방식이 느슨하고, 리더십도 불분명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는 자신의 의견을 일부 수정하고 있다. 즉 그는 대부분의 신영성 운동이 기존의 문화 환경과 긴장관계를 나타내면서 전개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긴장이 없이 기존 문화 환경의 일부로 인식되는 부분도 있으며, 자체의 여러 특성들로 인해 하나의 집단으로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많지 않아 통상적 의미의 종교 운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신영성 운동’이라는 용어보다는 ‘신영성 운동=문화’ 또는 ‘신영성 문화’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고 있다.⁷⁾ 그러나 이 용어가 과연 이러한 현상들을 지칭하는 데 적합한가에 관해서는 앞으로 보다 많은 검토 작업이 따라야 할 것이다.⁸⁾

  여기에서는 이 용어의 적합성 여부보다는 이러한 운동이 지닌 성격을 고찰함으로써 종교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살펴보기로 한다.

Ⅱ. 신영성 운동의 전개

  신영성 운동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기존의 종교들과는 다른 ‘새로운 영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신영성 운동가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영성’이란 근대의 합리주의나 과학의 한계를 자각하여 그것을 극복하려는 것을 말한다. 즉 예전의 종교와 같이 과학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것과 합리성이 융합․일치되는 새로운 깨달음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경우, 새로운 영성의 자각은 자기 변용의 체험을 수반한다. 즉 이제까지의 인생에 있어서 가족이나 사회로부터의 강압에 억눌리면서 형성된 가식적인 자기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진정한 자신’(authentic self)을 발견하는 탐구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영성 운동에서는 호흡법이나 체력 단련, 명상을 비롯한 의식변용 기법, 카운셀링이나 심리학적 게임 등이 사용된다. 그러한 ‘수행’을 통하여 기존의 관념이나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의식적 자아의 껍질이 깨어져 크게 넓어진 안목의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체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마조노 스스무는 이와 같은 흐름에는 많은 사상이나 실천들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러한 것들로서 심리요법적인 관념이나 요소, 신도(神道)나 켈트문화, 미국의 원주민 문화, 마녀의 전통과 같은 자연종교, 명상체험이나 신비 사상, 동양종교나 형이상학적인 체계 등에 의한 내면세계의 체험, 기공이나 자연식과 같은 실제적인 건강법 등을 들고 있다.⁹⁾

   여기에서는 미국에서 발생한 뉴 에이지 운동과, 일본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정신 세계 운동,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기 수련 운동의 전개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뉴 에이지 운동

  뉴에이지운동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들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러시아 출신인 블라바츠키(Helena Petrovna Blavatsky)라는 여인이 1875년에 미국 뉴욕에서 창설한 신지학협회(神智學協會, The Theosophical Society)가 그 기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기초는 이 협회의 3대 회장을 지낸 영국 출신의 베일리(Alice A. Bailey)가 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1세기 경에 그리스도신앙을 크게 위협했던 영지주의까지 그 기원을 소급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뉴에이지운동이 서구문화, 특히 그리스도교 문화에 대한 회의와 반발을 바탕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따라서 이 운동의 전개과정과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 서구문화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대 이후, 세계문화를 주도해온 것은 서구문화였다. 소위 과학화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로 표상되는 ‘근대화’의 물결은 서세동점(西勢東漸)과 제국주의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서구사회에서 ‘근대화’가 추진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서구인들의 사유형태와 인간 이성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서구인들의 사유형식에 오랫동안 바탕을 이루어온 것은 이원론(dualism)이었다. 이원론에서는 주어진 현상을 서로 대립되는 양극단으로 나눈 다음, 나누어진 양극단간의 관계를 구명하려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양극단간의 관계는 모순과 대립의 관계로 나타나게 되며, 양자의 통합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정복함으로써만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신과 인간, 천사와 악마, 영혼과 육신, 현세와 내세, 이성과 감성, 종교와 과학, 합리성과 비합리성, +와 -,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등의 관계구조에서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배하거나 정복함으로써만 합일이나 평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원론적 사유형식은 서구의 종교, 사상, 이데올로기, 학문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으며, 합리적 사고의 토대를 이룬다. 이와 같은 합리적 태도는 근대 과학의 발전에 바탕이 되었다.

  한편, 인간 이성에 대한 확신은 “모든 인간은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성적 존재”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리고 인간 이성에 대한 확신은 이성의 발달이 곧 과학의 발전을 촉진하여 인간을 무지로부터 해방시킬 것이고, 과학의 발전은 산업의 발달을 수반하여 인간을 빈곤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며, 모든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간주하는 믿음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인간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는 확신으로 연결됨으로써 과학화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근대 계몽주의사상의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과학화, 산업화, 민주화로 표상되는 ‘근대’의 물결은 인간의 생활양식은 물론 사고까지 크게 변화시키기 시작하였다. 특히 ‘근대’의 결과로  얻어진 경제 수준의 향상과 개인 자유의 신장은 사회란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 진보, 발전한다는 낙관적이고 단선적인 사회진화론을 확산시키는 한편, 서구문화만이 가장 우월한 문화이며, 비서구사회는 서구사회로부터 지배를 받거나 영향을 받음으로써만 개화되고 발전된다는 서구문화우월주의와 문화제국주의로 연결되었다.

  또한 합리성과 인간 이성에 대한 확신은 더 나아가 “인간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인간중심주의로까지 확대되었다. 그 결과, 사회학자 뒤르껭(Emile Durkheim)의 말대로,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이 성스러운 존재, 그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하느님’의 위치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예배의 대상으로까지 승화되었다.¹⁰⁾ ‘현대의 정신’이라고 일컬어지는 ‘인간 존엄성’, ‘인권’, ‘자유’ 등은 최상의 가치로 높여졌으며, 이것을 침범하거나 훼손하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인간중심주의의 확산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려는 태도를 고양시켰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얻기 때문에 자연은 인간의 삶의 일차적 원천이고 기반이다. 그러나 주어진 세계에 대한 투쟁과 정복을 통해 ‘발전’과 ‘근대화’가 가능하다는 서구인들의 이원론적 세계관과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는 ‘자연’마저 정복하고 다스려야 할 객체(客體)로 간주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구인들의 낙관적인 세계관과 문화우월주의적인 사고방식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의 발발, 볼셰비키 혁명과 소비에트 공산체제의 등장, 나치즘과 파시즘의 등장, 히틀러에 의한 수백만 유태인들의 학살, 산업화와 관료제에 따른 물질주의 개인주의 및 인간 소외현상의 심화, 생태계의 파괴와 핵(核) 확산의 공포 등은 과학과 산업의 발전이 진정으로 인간을 해방시키고 민주주의가 가장 바람직한 체제이며 서구문화가 가장 우월한 문화이고 인류 역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진보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서구의 몰락”을 예언한 슈펭글러(Oswald Spengler)¹¹⁾, 인간은 계몽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적이고 도덕적이며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무책임하고 오직 유행과 붐에만 민감하며 소수자에 의해 쉽게 조종당하는 ‘대중’에 불과하다는 오르테가 이 가세트(Ortega y Gasset)¹²⁾, 그리고 현대인들은 주어진 체제에 순응함으로써 산업화가 가져오는 물질적 부를 얻는 데만 관심을 갖는 ‘일차원적’이며 ‘동조형’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마르쿠제(Herbert Marcuse)¹³⁾ 등은 서구문화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현대사상의 새로운 전환을 촉구하였던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이었다.

  이와 같은 사상들은 뉴에이지 운동을 확산시키는 이론적 토대로 작용하였다. 특히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사회를 휘몰아친 반문화운동(counter-culture movement)의 물결은 기존의 가치, 제도, 권위, 규범, 신앙 등을 거부하면서 그 영역을 확대하여 나아갔다. 당시 서구사회를 휩쓸었던 히피 운동, 프리 섹스 운동, 여성해방 운동, 흑인해방운동, 반전 운동, 학생 운동, 자연 운동 등은 이와 같은 일련의 저항문화 운동들이었다. 이러한 운동은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뉴 에이지운동의 확산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뉴 에이지 운동은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흐름들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운동인지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육체적․정신적․영적인 건강과 평화를 추구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변용을 이루며, 그 결과 새로운 사회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정의되고 있다.¹⁴⁾ 

  뉴 에이지운동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추구하는 운동을 말한다. 원래, 이 용어는 서양의 점성술에서 나온 것인데, 점성술에서는 태양과 여러 행성들은 황도(黃道)라는 하나의 궤도를 돌면서 순환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점성술에서는 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약 26,000년이 걸린다고 설명하면서, 이 기간을 서양의 별자리를 빌어 사자․게․쌍둥이․황소․양․물고기․물병․염소․궁수․전갈․천칭․처녀자리 등 12자리로 나누고 있다. 따라서 한 자리로부터 다른 자리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000년을 12로 나눈 약 2,160년이며, 이것이 바로 ‘한 세대’(one age)라고 설명한다. 점성술에서는 현대는 물고기자리로부터 물병자리로 넘어가는 대전환의 시기라고 주장한다.

  뉴 에이지 운동가들은 황도의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넘어가는 대전환의 시기에는 위대한 성인이 출현하여 새 시대에 알맞은 가르침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양자리로부터 물고기자리로 넘어오던 약 2천여 년 전에는 붓다, 공자, 예수와 같은 성인들이 출현하여 물고기자리 시대에 알맞은 가르침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그리스도교 초대교회 신자들이 자신들을 나타내는 표지로 물고기를 그렸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은 물고기자리가 끝나고 물병을 거꾸로 들면 물이 쏟아지듯 영성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병자리 시대라고 주장한다.

  뉴 에이지 운동은 서구문화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와 반발을 바탕으로 전개된 운동이다. 따라서 이들의 사상 속에는 반(反)그리스도교적 성격과 함께 동양문화의 요소들이 상당 부분 수용되고 있다.

2. 정신세계 운동

   일본에서 ‘정신세계’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77년에 『정신세계의 책 베스트 100』과 『정신세계의 레코트 베스트 100』이 나오면서부터였다. 이후 『별책 다카라지마 16: 정신세계 지도』(1980), 『뉴 에이지의 책 600』(1990), 『정신세계 총카탈로그』(1994년이래 매년 발간) 등의 정보책자와 함께 『정신용법과 명상』(1991), 『뉴 에이지 워크숍 카탈로그』(1995) 등의 세미나 또는 워크숍을 위한 안내서들이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읽히면서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은 크게 확산되기 시작하였다.¹⁵⁾ 또한 1970년대 이후 도시의 대형서점에 등장한 ‘정신세계’라는 코너도 ‘정신세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¹⁶⁾ 종교서적 코너와는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이 코너는 신영성 운동의 실재를 가리키는 중요한 상징적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크리슈나무르티, 라즈니쉬, 샬리 매클린, 루돌프 슈나이터,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등의 책, 신과학(new science), 초인격 심리학(transpersnal psychology)) , 샤머니즘, 챠넬링(channelling: 일종의 영매현상, 역주), 기공, 동양의학 등에 관한 책, ‘임사체험’(臨死體驗)을 비롯하여 사후세계와 신비현상을 현대과학과 결부시키려는 책 등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뉴 에이지’라고 불리는 사상적 동향과 관련된 책들도 이곳에 진열되고 있다.¹⁷⁾

  ‘정신세계’의 범위는 가장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부터 초일상적인 오컬티즘(occultism: 신비 체험을 추구하는 비밀 종교집단, 필자 주), 영적 현상, UFO, 점성술, ETI(외계생명체), 잃어버린 대륙(문명), 꿈, 초능력, 전생(前生) 등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종교와 철학에서 과학과 예술 및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그 파장이 매우 넓다. 한마디로, ‘정신세계’에는 삶의 신비에 대한 총체적인 관심이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서구의 뉴 에이지적 관심과 상당 부분 중첩되고 있다.

  ‘정신세계 운동’이 일본사회에서 크게 확산되기 시작한 사회적 배경으로는 1970년대 이후 일본사회의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개인 의식의 변화를 지적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인들은 근면과 절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와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일본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였으며, 그 결과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의 일본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 같은 굶주림이나 고통을 겪지 않았다. 그들은 부모들이 쌓아올린 물질적인 풍요와 자유주의 물결로 인해 자신들의 욕구를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젊은이들은 근면이나 절제 또는 집단과 국가를 강조하는 ‘일본 정신’보다는 자기 개인의 안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관심 영역의 변화는 국가나 집단보다는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정신세계 운동은 이와 같은 흐름과 결합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운동은 일본사회가 급속히 탈산업사회, 거대소비사회, 첨단 정보화사회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일본 사회의 변화는 오움진리교나 통일교, ‘여호와의 증인’ 등과 같이 집단에 대한 고도의 충성을 강조하는 신흥종교들의 확산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¹⁸⁾ 또한 이러한 사회변화는 기존의 신종교들과는 다른 성격의 신종교들을 등장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기존의 신종교들은 급속한 사회변동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권․정의․평화 등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근면․금욕․자선 등과 같은 윤리 덕목을 강조하면서 전개되었다. 반면, 1970년대부터는 이와 같은 성격의 기존 신종교들과는 달리,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평화와 안녕을 약속하는 신종교들이 등장하고 있다.

⑧   정신세계 운동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윤리 덕목, 또는 국가나 소속집단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일본적 가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신, 이 운동에서는 명상․요가․신비주의․오컬티즘 등에 관심을 가지며, 초능력이나 신비체험이 강조된다. 또한 가족이나 혈연집단, 국가, 사회의 안녕이나 평화보다는 개개인의 정신적․내면적인 세계에 대한 몰입이 중요시된다.

  ‘정신세계운동’은 1970년대 후반에 일본에서 등장한 운동이다. 이 운동이 대두하게 된 사회적 배경으로는 1970년대 이후 일본사회의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개인 의식의 변화가 지적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인들은 근면과 절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와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일본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였으며, 그 결과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의 일본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 같은 굶주림이나 고통을 겪지 않았다. 그들은 부모들이 쌓아올린 물질적인 풍요와 자유주의 물결로 인해 자신들의 욕구를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젊은이들은 근면이나 절제 또는 집단과 국가를 강조하는 ‘일본 정신’보다는 자기 개인의 안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관심 영역의 변화는 국가나 집단보다는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정신세계 운동은 이와 같은 흐름과 결합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운동은 일본사회가 급속히 탈산업사회, 거대소비사회, 첨단 정보화사회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운동이라 할 수 있다.¹⁹⁾

⑨   정신세계 운동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윤리 덕목, 또는 국가나 소속집단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일본적 가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신, 이 운동에서는 명상․요가․신비주의․오컬티즘(occultism: 신비 체험을 추구하는 비밀 종파) 등에 관심을 가지며, 초능력이나 신비체험이 강조된다. 또한 가족이나 혈연집단, 국가, 사회의 안녕이나 평화보다는 개개인의 정신적․내면적인 세계에 대한 몰입이 중요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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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3. 기 수련 운동

⑫   ‘기’(氣)를 간단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 까닭은 이 용어가 너무나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학술적으로도 여러 이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생태계 일반을 두루 관통하고 있는 우주적 생명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현상이 이(理)와 기(氣)로 생성되고 구성되어 있다는 유학의 이기론에서는 “사물을 이루는 데 필요한 질료나 형질”을 일컫기도 한다. 그리고 ‘기공’(氣功)이란 ‘기’를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체조법이나 무술(武術)방법, 질병치료법, 정신수양법, 초능력개발법, 더 나아가서는 초월적 경지에 이르는 방법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 수련은 ‘기’에 대한 관념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전통적인 심신수련방법의 하나였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서는 대종교나 동학계, 증산계, 원블교 등 일부 민족종교의 수도방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기’에 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부터였다. 이때부터 수많은 기 수련 단체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설립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그 수효는 1백 개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2-3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기 수련 운동이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나타내온 여러 사회 흐름들과 종교계의 변화는 기 수련 확산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정부주도 아래 강력히 추진되어온 산업화는 경제발전에 크게 도움되었지만, 친족과 마을 등과 같은 전통적인 공동체의식을 크게 약화시키는 한편 인간관계를 타산적이고 단편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산업화에 따른 능률과 경쟁의 원리는 인간의 가치나 평가를 인격이나 존엄성보다는 그가 직장이나 사회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능력 또는 물질적 소유정도에 따라 내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세계의 확대는 물질주의 물량주의 경쟁주의 업적주의 권위주의 등과 같은 사회풍조를 확산시키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합리적이고 물질적인 흐름에 대한 회의와 반발이 결국 정신적, 신비적, 초월적, 영적 세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종교계가 나타낸 여러 현상들도 기공이나 단전(丹田), 초월명상, 요가, 선(禪) 등과 같은 동양적 수련방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는 데 상당한 작용을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한국의 종교계, 특히 천주교와 개신교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양적 성장을 나타내왔다. 이러한 기성교회들의 양적 성장은 자연적으로 교회의 대형화를 가져왔으며, 그것은 일반 사회조직이나 단체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위계질서와 권위를 지니는 조직화․관료제화로 연결되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성직자들에게는 교회조직이나 종교시설의 경영자 또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강화됨으로써 사회 속에서 갖게 되는 여러 긴장과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영적 스승 내지는 영적 지도자를 바라는 일반인들의 기대와 괴리를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경제성장과 민주화 그리고 남북관계의 진전도 사람들의 관심을 인권, 사회 정의, 민족 통일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보다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안정과 평화 그리고 안녕과 같은 개인적 관심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하였다. 기공, 단전, 선(禪), 요가 등과 같은 수련방법은 이와 같은 변화되는 관심에 부응하면서 확산되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기 수련 운동은 전통적인 심신수련 방법의 하나이다. 따라서 그것은 종교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 기 수련 단체들은 종교성을 띠거나 영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강한 종교적 색채를 지니고 있다.

  종교적 색채를 지닌 기 수련단체들은 몇 가지 특성을 나타낸다. 이들은 기공 단전과 같은 수련방법을 육체적 정신적 수련이나 수양의 단계를 넘어 영적 세계와 교감을 갖거나 영적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다. 또한 일부 기 수련단체에서는 초기에는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평화를 얻는 방법으로 기 수련을 제시하지만 점차 수련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종교성을 나타내어, 최고 수준의 수련은 “몸과 마음을 기화(氣化)시켜 스스로 허공이 됨으로써 물질계를 벗어나 초월계로 들어서는 하늘사람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얼령’과 같은 자신의 신성(神性)을 극대화시켜 마침내 신(神)이 되거나 신선이 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기 수련운동에서는 이들은 누구든지 특정한 비술(秘術)이나 영술(靈術)을 습득하면 건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일종의 만인사제주의(萬人司祭主義)를 나타내기 때문에 단체나 조직의 결성에는 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기 수련의 지도자가 특수한 신성이나 초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강조됨으로써 그를 중심으로 하는 전형적인 신종교 운동으로 전개되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²⁰⁾

Ⅲ. 신영성 운동의 유형과 특성

  신영성 운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지칭하는가에 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도 아직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오늘날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영성 운동과 종교 운동들을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운동과 흐름들이 포함된다.²¹⁾

  첫째는 자기 변용을 이루기 위한 운동들이다. 예를 들면, 초능력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기공(氣功)․단전(丹田)․초월․명상(TM)․염력(念力, psychokinesis)․요가․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초감각적 지각(ESP: Extrasensory Perception)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로는 영계(靈界)나 초감각적 또는 초월적인 존재와의 교감을 추구하는 운동들이다. 예를 들면, 영계와의 교통을 시도하거나 사탄이나 귀신을 숭배하는 운동, 그리고 강신술(降神術)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한 비술이나 영술을 통해 영적 세계나 초월적 존재 또는 조상의 영(靈)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영적 체험을 갖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셋째로는 인간의 정신세계와 과학을 통합하려는 운동이다. 이들은 종교와 과학, 물질과 정신을 분리된 실체로 보지 않고 하나로 연결시키려 시도하면서, 그렇게 할 때 인류사회는 평화로운 새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넷째로는 자연중심주의 운동이다. 이 운동에서는 신(神)중심의 사유방식이나 인간중심의 사유방식을 거부하면서 자연중심의 세계관을 지닐 것을 강조한다. 이들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에 대한 정복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나 합일을 추구해야 하며, 그렇게 할 때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연의 무한한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입장은 흔히 생태학주의(ecologism)로 나타난다.

  다섯째는 서구종교의 사상이나 수련방법에 동양의 사상과 수련방법을 접합시키려는 운동들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특히 그리스도교의 교리나 사상을 동양의 범재신론(汎在神論: 만물에는 신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사상)이나 윤회사상(輪廻思想), 기(氣) 관념 등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선(禪)․기공․단전․요가 등과 같은 동양종교의 수련방법은 하느님을 체험하거나 하느님에게 보다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여섯째는 외계인(外界人) 숭배 운동이다. 예를 들면, 하느님은 인간보다 몇 차원 높은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외계인이나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 물체)를 숭배하는 운동들이 이에 속한다.

  신영성 운동은 확연하게 눈에 띠지는 않지만, 초월적 세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영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종교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지금까지의 신종교 운동과는 다르다. 신종교 운동은 대부분 급속한 사회변동에 적응할 조건을 상실하고 있는 민중의 종교운동으로 등장하였다. 따라서 이 운동의 교리나 사상에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한편, 인권․사회정의․인류평화와 같은 보편적 가치나 인간애․해원상생 등과 같은 윤리 덕목이 강조되고 있었다.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것으로 간주되는 창교자를 중심으로 강한 응집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신영성 운동은 다르다. 신영성 운동은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과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비문화가 발달한 대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사회의 보편적 가치나 규범보다는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평화 그리고 안녕에 관심을 가지며, 누구든지 특정한 비술이나 영술을 습득하면 건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일종의 만인사제주의를 나타낸다. 일본의 일부학자들이 신영성 운동을 ‘신신종교운동’(新新宗敎運動)이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²²⁾

  신영성운동의 범위는 광범위하며 또한 비형식적이다. 이 운동은 건강운동이나 심신수련 또는 문화양식의 한 유형으로 소위 ‘웰빙 붐’(well-being boom)을 타고 전파되는 한편 기성종교들에는 기도나 피정의 방법으로 스며들고 있다.

  신영성운동에서는 우주 자연에는 그것이 존재하도록 하는 생명력으로서의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우주적 생명력, 우주적 에너지가 바로 ‘기’이고 ‘신’이며 또한 ‘하느님’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우주 자연의 일부인 ‘소우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우주적 생명력이 내재되어 있으며, 따라서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가 신이고 하느님이라는 범재신론(汎在神論)을 취한다.   신영성 운동에서는 조화와 이해를 강조한다. 신영성 운동가들은 자연이나 우주에는 ‘좋은 진동(파장)’이 있으며 그러한 진동에 맞출 때 인간은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주에서 흘러나오는 진동과 자신에게서 나가는 진동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기공, 단전, 초월명상, 선, 요가, 염력, 초감각적 지각 등 특수한 비술이나 영술을 통해 가능하며, 그렇게 되었을 때 초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영적 각성(깨달음)에 도달하게 되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과 평화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신영성 운동에서는 선과 악의 구별이 없다. 인간의 행위는 지혜의 결과이기도 하고, 무지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누구도 비난할 수 없으며, 누구도 용서받을 필요가 없다. 악의 존재를 믿는 것은 단지 부정성(否定性)과 두려움만 낳을 뿐이다. 부정성에 대한 해답은 사랑이다.

  그러나 이것은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종류의 사랑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와 관련된 것이다. 사랑은 에너지이고, 고주파의 진동이며, 행복과 건강의 비결이다. 성공이란 존재의 거대한 사슬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 파장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이다. 신영성 운동의 스승이나 치료법들은 공통적으로 삶의 음조를 조절하고 인간 상호간에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우주의 모든 요소들 사이에 조화를 찾는 열쇠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신영성 운동은 건강이나 활기찬 삶을 약속한다. 신영성 운동가들은 오늘날의 정통의학(대중요법)은 특수한 병들을 치료하는 데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으며, 개인의 건강을 보다 넓은 시각으로 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치료’라는 말보다는 ‘치유’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데, 그것은 건강을 위해서는 육체적, 정신적, 영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전인적 건강(holistic health)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신영성의 관점에서는 질병과 고통은 자연을 거스르는 활동에 기인한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며, 물질적 번영도 누릴 수 있다. 일부 신 영성 치유자들은 죽음도 실제로는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이들은 잠재력을 발전시킨다면 인간 내면의 신성은 물론 사회생활이나 기성종교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소외되거나 억압된 자신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일상의 의식상태로부터 벗어나 ‘변화된 의식상태’로 들어가는 ‘영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영적 각성’을 가능케 하는 여러 가지의 비술이나 영술을 제시한다.

  따라서 신 영성 운동의 일차적 관심은 영적 각성을 통한 ‘인간 완성’이다. 이들 운동이 추구하는 육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평화 그리고 낡은 질서의 청산과 새로운 사회의 도래는 모두 특정한 수련과 방법을 통한 ‘영적 깨달음’으로서만 가능하다.²³⁾ 그리고 이러한 영적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거기에는 기공․단전․요가․선(禪)․초월명상․정신분석․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초감각적 지각(ESP)․강신술(降神術)․점성술․공중부양․유체이탈 경험(OBE) 등 동양의 종교 철학적인 요소와 함께, 서양의 정신분석․심리학적 지식․현대의 과학기술․생태학적 패러다임․유태교와 그리스도교의 계시 사상․천년왕국 신앙․영지주의 등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영성 운동은 강한 혼합주의(syncretism)를 나타낸다.

  신영성 운동에서는 인간의 잠재 능력을 강조한다. 이 운동에서는 인간 밖에서 존재하며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적이며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신 관념을 배제한다. 따라서 신영성 운동에서는 내적 체험을 강조하며, 신이나 하느님과 같은 더 높은 영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신영성 운동에서 강조하는 초인격적 의식 훈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신 개념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신을 흔히 생명력과 같은 우주적 에너지로 간주한다. 따라서 신은 절대화된 존재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여겨지고,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적인 ‘종교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영적’(spiritual)이라는 용어가 더욱 선호되기도 한다.²⁴⁾

  한편, 신 영성 운동의 또 다른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는 ‘정체성’의 추구이다. 이 운동에서는 서구인들의 사유형식, 신앙, 학문, 이데올로기, 사상 등에 바탕을 이루어온 모든 형태의 이원론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영성운동가들은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삶과 죽음, 현세와 내세, 과학과 주술, 이성과 감성, 마음과 몸, 선과 악, 천사와 악마, 과거와 미래 등을 대립적 관계로 파악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러한 것들을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 파악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선이나 악이라는 관념 또한 이원론의 산물로 간주된다. 이러한 점에서 신 영성 운동의 분석틀은 ‘전체론’(the holistic) 또는 ‘단일론’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신영성 운동의 사상적 특징으로는 1) 의식의 변용을 궁극적 실재에 이르는 매우 중요한 지표로 보고, 2) 초월적인 하느님이나 신보다는 자연과 인간 안에 내재하는 신성이나 영성에 주목하며, 3) ‘현대’는 인류의 영적 진화에 중요한 대전환점이며 개개인의 영적 각성은 이러한 영적 진화과정의 일부인 것으로 간주하고, 4) 인간 밖에 존재하는 하느님이나 초자연적 힘에 의지하는 ‘종교’보다는 자율적 개인의 각성에 의한 ‘영성 계발’을 강조하며, 5) 과학과 종교를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합치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²⁵⁾

Ⅳ. 신영성 운동의 함의

  서구사회에서 발생한 뉴 에이지 운동은 기존문화에 대한 반발의식을 바탕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반문화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이들 운동 안에는 동양종교나 동양사상이 다분히 수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정신세계 운동과 한국의 기 수련운동은 반문화 운동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 운동들은 서구문화의 충격으로 훼손되어오던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정체성 회복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신영성 운동가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은 종교운동이나 신앙운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신영성 운동이 단지 영성의 중요성을 인식한 과학의 새로운 형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내외로 조직을 확장하면서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는 ‘단월드’(구 단학선원)에서는 “단학은 종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²⁶⁾ 그러나 종교학자들은 ‘단월드’의 종교성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²⁷⁾

  사실, 신영성 운동에서 지칭하는 ‘영성’이란 개인적인 것이고 자율적인 것이며 과학과 합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초월자에 대한 인간의 절대적인 의존을 의미하는 전통적인 종교의 시각에서는 종교라고 보기 어렵다. 종교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자신들의 미약한 힘, 죽음과 자연의 위력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자각했을 때 갖게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인간에게는 자연이 지닌 무한한 능력이나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능력이나 에너지가 특수한 수련방법을 통해 발휘될 때 인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신영성 운동의 핵심 사상은 전통 종교와 많은 거리를 보여준다.²⁸⁾

⑱   그러나 전통적인 종교의 시점이 아닌, 종교를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해 궁극적인 의미와 해석을 제공해주는 설명체계로 보았을 때 그 새로운 의미의 종교성이 인정된다, 기능적 관점에서 볼 때 신영성 운동은 바로 인간의 자아정체감, 우주와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위상을 설명해 주고 그 자아를 실현시키려는 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종교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²⁹⁾ 하지만 신영성 운동이 보여주는 종교적 특성은 개인의 자기실현이라는 점에서 제도화되고 교리나 의례를 통해 성스러움을 체험하는 기존 종교와 다르다.³⁰⁾ 그렇기 때문에 종교학자들은 신영성 운동이 교단 형태를 취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종교’에 속하며, 오늘날 가장 강력한 종교 세력의 하나라고 간주한다.³¹⁾  

    신영성 운동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이다.³³⁾ 그 하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영적 갈증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기성종교들을 통해서는 원하는 것만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영성운동가들의 전략이 그만큼 치밀하고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탈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물질 중심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삶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갈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윤추구와 합리성이 지배하던 산업사회의 구조적 성격은 인간의 가치를 인간이 지닌 존엄성에 의해서보다는 그가 조직이나 사회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가에 의해 평가함으로써 인간 존재를 역할인․기능인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물질주의․경쟁주의․업적주의․개인주의․권위주의 등과 같은 사회풍조를 확산시켰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에 따른 물질세계의 확대는 인간의 정신세계마저 물질이나 과학에 의해 이끌려가도록 만들고 있다.

  신영성 운동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운동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의식과 함께 정신세계나 영적 세계에 대한 관심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제도종교를 통해서보다는 개인적인 영성추구를 통해 충족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종교적 성향과는 다르다.

  이러한 탈(脫)교계제도의 성향이 나타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는 개별화․탈(脫)권위화 등과 같은 사회적 현상과 관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나타나는 고도의 개인화와 모든 영역에서의 상대화는 개인으로 하여금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질문을 하게하며, 따라서 새로운 종교들의 등장과 확산은 현대인들의 이러한 실존적 물음에 부응하여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³⁴⁾ 그러나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기존의 종교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종교를 통해 얻으려 하는 경향은 제도종교들이 영적 세계에 대한 관심이나 영적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신영성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기성종교에 참여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기성종교의 조직이나 제도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같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신영성 운동의 확산에는 그것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전략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신영성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영적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종교적 욕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을 확산시킴으로써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도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을 나타내는 거대자본가들의 전략은 신영성 운동의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은 거대 자본을 이용하여 현대인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한편 새로운 소비욕구를 창출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본가들의 관심은 정신적 영적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욕구나 심리 상태까지도 이윤 획득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여, 지금까지 종교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영성’이나 ‘구원’을 하나의 상품으로 전환시켜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한 값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³⁵⁾ 이와 같은 ‘영성의 상품화’는 지식정보화사회의 중요한 특성의 하나인 문화산업과 네트워크의 형성 그리고 마케팅을 위한 단계적인 전략 등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Ⅴ. 결  론

  종교의 존재양식이나 기능은 사회의 구조나 변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종교가 사회의 구조나 변동에 대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변동의 속도가 급격한 경우에는 종교가 사회에 대해 끼치는 영향력보다는 사회가 종교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나게 된다.

  신영성 운동의 발생과 확산은 탈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종교 변용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것은 탈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세계의 표현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농업사회에서의 지배적인 세계관이 ‘하느님중심주의’나 ‘신중심주의’였다면, 근대산업사회에서의 세계관의 특징은 ‘인간중심주의’의 확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식정보화사회에 접어들면서 확산되는 신영성 운동의 세계관에서는 ‘자연중심주의’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신영성 운동의 확산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최근, 서구사회에서 동양종교나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신영성 운동은 분명 탈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종교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의 합일이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영성을 추구하려는 신영성 운동은 물리적 시설이나 신자공동체 그리고 집합적 예배의식으로 특징 되던 제도종교들과는 다른 모습들을 나타내면서 탈현대사회의 문화적 흐름을 바꾸려하고 있는 것이다. 신 영성 운동을 새로운 종교적 차원의 운동으로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종교적으로 볼 때, 정보화와 세계화의 흐름이 신영성 운동의 확산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나 근본주의(fundamentalism) 또는 원리주의의 확산도 정보화와 세계화가 나타내는 중요한 흐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영성 운동은 ‘보이지 않는 종교’의 형태로 확산되면서, 기존의 종교문화 자체를 크게 변용시킨다는 점에서 기성종교에게는 하나의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영성 운동의 개념이나 유형 그리고 특성 등은 보다 많은 경험적 연구들을 통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학자들은 최근에 일어나는 일련의 종교 변용 현상들을 기존의 제도종교들과는 구분하기 위해 ‘뉴 에이지 운동’, ‘정신세계 운동’, ‘기 수련 운동’ 또는 ‘기 수련 문화’, ‘대안적 영성 운동’, ‘유사영성 운동’, ‘신흥영성 운동’, ‘신신종교 운동’, ‘영적 내적 자각 운동’, ‘전체론적 영성 운동’, ‘신 영성 운동’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르고 있다. 또한 그것이 확산되는 배경이나 그것이 지니는 성격에 관해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과 흐름이 탈현대사회가 나타내는 중요한 종교현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고, 그에 따라 이에 대한 학문적 결실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